345. 나쁜 피를 뽑는 것이 좋은가?

피를 뽑아내는 습식부항은 타박상을 입었거나 질병이 오래되어 어혈성으로 변한 경우에 시행하는 것이다. 단지 피를 빼내면 시원해진다고 해서 함부로 행해선 안 된다.

 

부항요법은 유리컵처럼 생긴 기구로 공기를 빨아 들이는 일종의 물리치료요법이다. 부항으로 피를 뽑기도 하고 인위적으로 멍들게 하여 진통효과와 국소의 혈액순환 촉진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항간에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신경통, 근육통을 막론하고 아픈 자리마다 피를 뽑아 빈혈을 일으키거나 탈진시키는 상황이 보고 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피를 활동시키는 것은 기운이니 혈액순환과 혈관 운동을 왕성하게 하려면 기운을 차려야지 피만을 뽑아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부항요법에 맹신한 나머지 피를 뽑는 것을 능사로 여기는 수가 있고 혹은 다쳤을 때 피를 빼지 않으면 무슨 부작용이나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부항으로 나오는 피는 나쁜 피가 아니다. 흔히 타박상을 입거나 삐어서 붓고 아프니 나쁜 피를  좀 뽑아 달라고 하지만 피가 몸 구석구석을 한 바퀴 도는 시간이 불과 25초라는 것을 생각하면 살아있는 몸은 항상 피가 순환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 멍이라는 것도 다쳤을 때 순간적으로 약간의 출혈이 있었던 것이 피부 조직에 베어 들어 시퍼렇다가 차츰 주위로 퍼지면서 연해져 일주일쯤 지나면 저절로 완전히 흡수되어 버린다. 부항으로는 이렇게 베어 든 멍을 제거할 수도 없거니와 제거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우리는 골절 환자가 7-8주 후에 골절이 잘 접합되고 일정기간 물리치료로 완쾌되었을 때 이 사람은 피 한 방울 뽑지 않고 아무런 부작용 없이 잘 나았음을 기억할 수 있지 않은가?

 

피를 뽑는 것은 어디까지나 모세 혈관에 침을 찌르든지 부항을 강하게 빨아들여 생피를 인위적으로 출혈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령 일시적으로 효과가 났다면 이렇게 피가 날 정도로 강한 신경 자극을 가했기 때문이지 피를 뽑았기 때문이 아닌 것이다. 소중한 피를 많이 뽑지 않고도 아픈 곳을 주무르든지 따뜻한 찜질을 하든지, 침을 놓는 것 자체가 신경자극과 함께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부항은 피를 빼는 것인데 이처럼 피를 빼는 습식 부항 요법을 쓰면 겉으로 나쁜 피가 보이므로 치료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실제로 타박상을 입었거나 질병이 오래되어 어혈성으로 변한 경우가 아니면 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