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찌는 체질인지 아닌지 한번 감별해 주세요.” 한의원에 방문하는 비만 환자 중에는 이렇게 자신이 살찐 이유가 체질 때문은 아닌지 궁금해하는 환자들이 꽤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만은 체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반드시 체질 때문에 살찌는 건 아니다.
한의학에서는 간(肝), 비(脾), 폐(肺), 신(腎) 등의 장부가 기허(氣虛)한 상태이거나 여기에 습(濕), 담(痰), 풍(風), 열(熱) 등의 요인에 의해 장부의 기능과 대사에 이상이 생겨 비만이 발생한다고 본다.
최근에는 사상체질(四象體質)에 따른 비만치료가 많이 시도되고 있는데, 사상체질이란 폐(肺)의 기능이 강하고 간(肝)의 기능은 약한 태양인(太陽人), 간(肝)의 기능이 강하고 폐(肺)의 기능은 약한 태음인(太陰人), 비(脾)의 기능은 강하고 신(腎)의 기능이 약한 소양인(少陽人), 그리고 신(腎)의 기능이 강하고 비(脾)의 기능이 약한 소음인(少陰人) 등의 네가지 체질을 말한다.
에너지소모 배설 장기인 심(心), 폐(肺), 신(腎)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강한 체질인 태양인(太陽人)과 소음인(少陰人)은 체내에 지방이 축적되기 전에 이미 대부분을 에너지로 소모하기때문에 체중증가가 적다.
태음인은 음식에 욕심이 많은 단순과식성 비만환자가 대부분이고, 소양인은 성격이 까다로워 쉽게 열을 받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먹는 스트레스성 비만환자가 많은 편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체질적 특성에 따라, 과대한 장기는 기능을 억제하고 과소한 장기는 기능을 보완해서 불균형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식단을 구성하여 비만치료때 효과적으로 응용하고 있다.
폐(肺)의 호산지기(呼散之氣)를 도와주는 식품과 간(肝)의 과다한 흡취지기(吸取之氣)를 풀어주는 식품이 태음인의 체중조절에 좋지만, 소양인 중에는 스트레스성 비만이 많으므로 비(脾)의 음(陰)을 하강시키고 신음(腎陰)을 보(補)해 줄 수 있는 식품이 좋다.
예를 들면, 식단을 짤 때 칼로리(열량)와 함께 체질적인 특성을 잘 활용하여 태음인의 경우 율무 밥 ½ 공기, 조기 구이 ½ 토막, 콩나물무침, 토란국, 우유½잔, 배 1/3로 구성하고, 소양인의 경우에는 보리밥 1/2공기, 가자미구이 1/2토막, 가지무침, 배춧국, 구기자차, 멜론1/4개 등으로 구성하여 임상에 적용하면 치료 효과가 더욱 좋다.
반면에, 살찌는 체질인 태음인과 소양인도 자신들의 체질적인 특성을 잘 파악하여 평소에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 등으로 몸을 관리하면 얼마든지 표준 체중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최근 워싱턴대학 연구진과 하바드대 의대 브리검 여성병원 캐서린 버커박사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14~21세 여학생들이 인터넷사용이 많고 술을 과음하고 수면이 부족했을 때 체중이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질 때문에 살이 찔 수밖에 없다는 말은 어쩌면 자신의 무절제한 생활에 대한 변명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