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과 혀는 음식물의 맛을 보는 것과 말하는 것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이 둘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로 묶어서 다룬다. 이 두 가지가 모두 맛과 관련된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방에서는 입과 혀의 기능을 살피고 그 곳에 생기는 각종 질병의 증상과 치료법을 다룬다.
- 입과 혀를 조종하는 비장과 심장
-입과 혀는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미각과 관련이 깊은 기관이다. 음식물이 들어오면 입과 혀의 검열을 거친 다음에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해야 함으로 이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입은 비장(脾臟)이 주관하고 혀는 심장(心臟)이 주관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그러므로 비장과 심장이 조화되어야 맛을 제대로 알게 된다. 또한 입과 혀가 비장과 심장에 관련되기 때문에 입술과 혀의 병도 당연히 비장과 심장에 관련된다. 심장에 열이 있으면 혀가 터져서 헐고 비기(脾氣)가 막히면 혀에 백태가 끼게 된다. 비(脾)에 풍사(風邪)가 있으면 입술이 푸들거리고 한사(寒邪)가 있으면 입술이 오그라들며 열이 있으면 말라터지고 혈(血)이 허하면 화색이 없고 기(氣)가 뭉치면 헐면서 붓는다. 그러므로 입과 혀의 증상에 따라 각기 관련 장부인 비장과 심장을 치료하는 것이 입과 혀에 생긴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 된다.
- 맛, 냄새, 설태(舌苔)로 몸의 이상을 알아낸다
-한방에서는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 등 다섯 가지를 오미(五味)라 하여 매우 중요시 한다. 모든 음식과 약은 이 다섯 가지 맛으로 분류되며 이 다섯 가지 맛은 각기 몸의 활동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입안에 감도는 맛 이외에도 입 안에서 나는 냄새와 혀에 낀 설태는 망진(望診)의 주요 대상이 된다. 맛, 냄새, 설태 등 이 세 가지는 진단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입안에서 나는 다섯 가지 맛을 통해 몸의 상태를 알 수 있는 것은 각각의 맛이 오장(五臟)과 밀접하게 관계되기 때문이다. 신맛은 간, 쓴맛은 심장, 단맛은 비장, 매운맛은 폐, 신맛은 신에 대응한다. 이러한 논리는 다음과 같이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데 적용된다.
-간에 열이 있으면 입에 신 맛이 감돈다. 간의 기운이 비의 기운을 억눌러도 신 맛이 감돈다. 심장에 열이 있으면 입에 쓴 맛이 감돌고 헌다. 비장에 열이 있으면 입에 단맛이 감돌고 혹은 냄새가 나기도 한다. 폐에 열이 있으면 입에 매운 맛이 감돌고 신(腎)에 열이 있으면 입에 짠 맛이 감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