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4 – 가을에 먹는 보약

음양의 변화가 큰 시기인 가을. 여름내 더위에 지친 몸으로 또다시 한겨울 추위와의 싸움에 들어가려면 떨어진 기운을 보충해야 하지 않을까. 이왕이면가을에 먹어두면 좋다는 보약에 대해 살펴보자.

보약은 특정 질환에 대한 치료의 개념을 넘어서 재생력, 회복력, 잠재되어 있는 질환에 대한 대처 능력, 사회적(일의 수행 능력) 혹은 개인적(성적 능력) 활동력 등에 대한 적극적인 보충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즉, 보약을 통해 평소 식품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는 충족하기 어려운 영양을 보충하고 약해진 부분의 기능을 끌어올리며 몸을 건강하게 회복시켜 전반적으로 신체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

보약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의학에만 있는 독특한 개념인 ‘허증’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사람이 살다 보면 건강한 경우와 질병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허증’이라는 것은 특별히 병이 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건강하다고도 할 수 없는 애매한 경우를 말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나는 어딘지 모르게 몸이 불편한데, 병원에 가보면 몸이 전부 정상이라고 말한다”라고 호소하는 사람이 바로 ‘허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이 신체적 기능이 부족하고 기운이 떨어진 상태인 ‘허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보약을 먹게 된다. 즉, 보약은 단순히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인체 내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치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실 보약은 시기와 밀접한 관계는 없다. 내 몸이 평소와 다른 것 같다고 느끼는, 즉 ‘허증’을 느끼게 되면 그 때가 보약을 복용해야 하는 시기다.

흔히 몸을 튼튼하게 하는 예방 차원에서 보약을 먹을 때는 봄이나 가을에 먹는 것을 권하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가을에 보약을 많이 지어 먹는다. 계절의 특성상 생활하기 좋은 봄이나 가을에 비해 여름과 겨울은 외부적으로 악조건이 많고, 이를 견뎌내기 위해 미리 보약을 먹고 대비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은 다른 계절에 비해 혈액순환 장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추위를 잘 느끼는 여성의 경우에는 가을에 보약을 먹어 몸의 균형을 맞춤으로써 수월하게 겨울을 지낼 수 있어 다른 계절에 보약을 먹는 것보다 효과가 높다. 남성의 경우에도 겨울을 대비해 양기를 보충, 감기 및 다른 질환을 예방할 뿐 아니라 성(性)적인 능력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가을은 건조한 계절이고 신체의 근본 물질을 저장하는 시기이므로 보기제, 보혈제, 보양제, 보음제 중에서도 몸을 보양해주는 보양약이 좋다. 보양약의 대표적인 약재에는 녹용, 산수유, 토사자(새삼씨), 육종용, 해구신, 복분자, 속단, 보골지, 음양곽, 녹신, 두충, 호로파, 녹용, 해마, 합개 등이 있다. 체질적으로 추위를 많이 타고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이라면 재생력과 방어 능력을 높여주는 보약을 가을에 먹어 한겨울에 방어 능력이 최고조에 달하도록 몸을 만들어두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아무리 보약이라 하더라도 약은 방향성을 가진 도구일 뿐이다. 만약 개인의 체질적 특성이나 몸의 상태를 무시하고 복용한다면 아무런 효능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가을이지만 양기가 너무 올라가 있는 사람이나 음허(양기에 비해 음기가 부족한 증상)한 사람은 오히려 이런 보약이 해가 될 수도 있으므로 한의사에게 진찰을 받은 뒤 꼭 자신의 몸 상태와 체질을 확인하고 복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