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 주정부가 프랑스어의 명확성을 지킨다며 성중립 신조어의 공식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최근 트랜스젠더와 비바이너리(성별 이분법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신조어와 표기법이 공공기관 문서와 소통에 도입되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정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장-프랑수아 로베르주(Jean-François Roberge) 퀘벡주 프랑스어 담당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마치 모두가 제각각의 문법을 쓰는 것과 같아 이해하기 어렵다”며 “프랑스어 문법과 호환되지 않는 방식은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가 특정 집단을 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언어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정책은 성중립 대명사 ‘iel’(비바이너리 인칭 대명사)이나 ‘étudiant.e.s’처럼 남성형과 여성형을 결합한 표기를 금지한다. 다만 ‘étudiant(e)’처럼 괄호를 이용한 표기는 허용된다. 이 지침은 우선 주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적용되며, 향후 학교·대학·의료기관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정부는 여권 등 일부 신분증에서는 기존대로 성별 ‘X’ 표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성소수자와 인권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퀘벡연대당(Québec solidaire) 소속 마농 마세(Manon Massé) 주의원은 “누구도 이런 조치를 요구하지 않았다”며 “실질적 현안은 외면한 채 존재하지 않는 문제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프랑스어가 성별에 따라 어미가 달라지는 구조를 갖고 있어 성중립 언어 사용이 복잡한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beau(잘생긴)’와 ‘belle(예쁜)’처럼 성별에 따른 변형이 있는 형용사를 성중립 대명사와 어떻게 일치시킬지에 대한 합의가 없다는 점도 난제로 꼽힌다.
한편, 성중립 표기를 지지하는 단체들은 괄호 표기 방식조차 비주류로 취급받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퀘벡 정부의 결정은 언어 보존과 사회적 포용 사이의 균형을 둘러싸고 향후 뜨거운 논쟁을 불러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