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 챗GPT(ChatGPT)를 운영하는 미국 오픈AI(OpenAI)가 캐나다 언론사들이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과 관련해 관할권을 문제 삼으며 온타리오 법원에서 본격적인 공방에 나섰다. 이번 소송은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제기된 AI 학습용 데이터와 저작권 문제를 둘러싼 사례로, 판결 결과에 따라 글로벌 디지털 저널리즘과 AI 산업 전반에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된다.
캐나다 프레스(The Canadian Press), 토스타(Torstar), 더 글로브 앤드 메일(The Globe and Mail), 포스트미디어(Postmedia), CBC/라디오-캐나다(CBC/Radio-Canada) 등 주요 언론사는 오픈AI가 자사의 뉴스 콘텐츠를 무단으로 크롤링(scraping)하고, 이를 AI 모델 훈련에 활용해 수익을 창출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해당 뉴스 콘텐츠는 온타리오에서 제작·배포되며, 캐나다 언론의 핵심 자산”이라며 소송이 온타리오 법원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픈AI는 본사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고 자회사는 모두 델라웨어주 법인이라는 점을 들어 “캐나다 저작권법은 해외에서 발생한 행위에 적용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회사 측은 법원 제출 서류에서 “AI 모델 훈련과 웹 크롤링은 온타리오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라며 소송이 미국 법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법리적 쟁점뿐만 아니라 캐나다가 디지털 경제에서 얼마만큼의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와도 직결된다. 언론사 측은 “오픈AI의 논리를 따른다면 캐나다는 자국 디지털 자산에 대한 관할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픈AI는 “언론사들이 국가 주권과 저널리즘의 중요성을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관할권 문제와는 무관한 감정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저작권 소송이 2023년 이후 잇따라 제기됐으며, 일부 사건에서 AI 기업들이 승소했지만, 아직 AI 학습 과정에서 저작권 콘텐츠 활용이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명확한 판례는 없는 상태다. 오픈AI는 “만약 미국 법원이 공정 이용을 인정한다면 캐나다 법원이 정반대 결론을 내리는 것은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언론사 측은 “양국이 각자 법리에 따라 다른 결론을 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번 사건은 캐나다 내에서 발생한 실질적 연결고리가 뚜렷하다”고 맞서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캐나다 헌법상 기본권과 국제 저작권 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온타리오 법원이 관할권을 인정할 경우, AI 기업들이 전 세계 어디에서든 캐나다 콘텐츠를 학습에 활용했을 때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AI 산업 전반에 선례를 남기며 글로벌 기업의 데이터 활용 전략에 중대한 제약을 가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소송은 언론사와 빅테크 기업 간 콘텐츠 사용료 분쟁이라는 더 큰 맥락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온라인 뉴스법을 통해 구글과 메타 등 거대 플랫폼에 뉴스 사용 대가 지불을 요구하고 있으며, 오픈AI와의 소송은 이 같은 움직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