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 이어)
캘거리에 잠시 살아본 적도 있었고 패기와 자신감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B군이었지만 낯선 땅에서 다시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어학연수 시절 또래들과 어울리며 그저 여행하는 기분으로 부담없이 지낼 때와 달리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새로운 상황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캐나다에서 슈퍼바이저 역할을 그것도 영어로 해야 한다는 것은 적지 않은 심적 부담이었습니다. 그러나 근무 스케쥴을 본인이 관리하는 것만 제외하면 서버와 슈퍼바이저의 업무가 비슷했고 직원들의 관계 또한 수평적이라 B군은 금세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일을 배우니 첫 3개월은 빠르게 지나갔고 이제 제법 능숙하게 적응한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만하지 않고 계속 성실하게 일했으며 6개월이 지날 무렵 앞으로 어떠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영주권 수속을 진행할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알버타에서는 연방 Express Entry (이하 EE), Alberta Express Entry (이하 AEE) 그리고 주정부 이민 프로그램인Alberta Opportunity Stream (이하 AOS)의 세가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CRS 점수를 계산해보면 B군은 나이 24세로 110점, 학력은 대졸로 120점, 캐나다 경력과 잡오퍼로 각각 30점, 50점을 받을 수 있었고 이를 모두 더하면 총 310점이 되었습니다. 영어점수는 없지만 CLB 5에 해당하는 성적까지 받는다면 영어에서 24점을 받아 총 334점이 가능했습니다. 이러한 자격조건이라면 AEE와 AOS 두 프로그램 모두 지원이 가능했는데 AOS는 오래 걸리지만 많이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반면 AEE는 빠르게 진행되지만 추첨을 통해 다른 지원자와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확실함이 있었습니다. B군은 비록 자신이 뛰어난 조건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빠르게 영주권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 일단 AEE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일하며 영주권에 필요한 서류들도 차근차근 챙겼습니다. 급여명세서는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한번 받기만 하면 5년간 유효한 학력인증은 캐나다 랜딩 전에 이미 확보된 상태였습니다. 다만 영어는 일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캐나다에서 지내는 기간과 영어실력이 꼭 비례하지 않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B군은 자신이 AEE에서 안정적으로 추첨을 받기 위하여 IELTS 6점을 목표로 공부했습니다. 첫 시험에서 CLB 4 수준의 점수에 낙담하기도 했고 주변에서 CELPIP 시험이 더 쉽다는 이야기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취약했던 Writing 영역을 보완하는 것으로 마음을 굳히고 원래 계획대로 IELTS 공부에 매진하였습니다. 두번째 성적은 Listening 5.5, Reading 4.0, Speaking 5.0, Writing 5.0로 첫 시험에 비해 오히려 Reading에서는 점수가 조금 떨어졌지만 Speaking, Writing에서 한 단계씩 점수가 올랐습니다. 비록 자신이 목표한 6점은 받지 못했지만 적어도 알버타에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영어점수를 드디어 받았다는 사실에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었습니다.
이제 연방 EE의 Pool에 프로필을 등록을 마쳤습니다. 알버타 주정부는 한 달에 서너 차례 연방 EE 풀에서 지원자를 선발하여 초청장을 보내는데 처음에는 400점 컷으로 탈락되어 실망했지만 바로 4일 뒤 한번 더 진행된 초청에서 300점의 지원자까지 초청을 받으면서 B군 역시 무난히 초청을 받게 되었습니다. AEE는 알버타 주정부의 초청을 받아 주정부 심사를 거친 후 노미네이션을 받으면 CRS 점수에서 600점을 추가로 받게 됩니다. 최근 연방 EE 합격점수가 470점 대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AEE에서 600점을 더 받으면 연방 EE 프로그램 합격점수를 훨씬 뛰어넘게 되니 연방 EE 초청은 보장된 것과 다름없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주정부 접수 후 두 달 정도가 지날 무렵 주정부로부터 전화 인터뷰 요청을 받았습니다. 미리 인터뷰 방법을 교육받고 연습까지 했지만 긴장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거기에 오피서가 이민자 출신인지 특이한 악센트가 있어 질문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소화도 잘 되지 않는 것 같았고 계속 걱정만 가득했습니다. 그러던 찰나 B군의 이메일로 반가운 승인서가 도착했고 자신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는 것 같아 너무 기뻐했습니다. 이제 B군은 AEE 노미네이션을 받아 900점을 훌쩍 뛰어넘는 점수가 되었고 그로부터 2주가 채 지나기 전에 연방 초청까지 순조롭게 받았습니다. 다시 두 달 반 정도가 지났을 때 B군은 랜딩 페이퍼를 당당히 거머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연방 EE 프로그램의 수속은 6개월 정도가 소요되지만 싱글인 B군은 다른 케이스보다 더 빠르게 진행이 되었고 주정부 수속을 포함하더라도 채 5개월도 걸리지 않아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단지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 여권 연장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수속이 지연되면 골치가 아플 수 있다는 걱정이 B군을 조바심 나게 만들었지만 결국 캐나다에 온 지 1년 5개월 만에 첫 비자 만료를 7개월이나 남겨두고 캐나다 영주권을 받게 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B군은 남들보다 더 뛰어나거나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것도 아니었으며 취업을 걱정하며 지내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20대 청년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어렵고 힘들고 불가능해 보일 수 있는 캐나다 이민이지만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일찍 이민을 생각하고 전문가와 상의하여 꼼꼼히 계획하고 준비한다면 B군의 사례처럼 빠르게 영주권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