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 이열치열(以熱治熱)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한자의 성어다. 여름철에는 ‘이열치열’이라고 당연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몸이 더운 상태에서는 열을 낮추어 식혀줘야지 더운 체온에 열을 추가 하는 것은 위험천만 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화상이나 여름철에 자주 생기는 일사병 등 열의 과도한 노출로 생긴 병적 상황에선 먼저 시원하게 해주는 게 당연한 방법인데 하는 의문을 한두 번쯤은 다들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이열치열’ 이란 말은 삼계탕집이나 영양탕 집에서 만들어 낸 상물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볼 수도 있다.

 

한방에서는 날씨가 더울 때는 몸의 열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에서 쌓이기 때문에 뜨거운 음식을 섭취하여 모공(毛孔)을 열면 몸의 더운 기운을 밖으로 내보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중국에서는 푹푹 찌는 여름에도 귀한 손님이 오면 뜨거운 차를 대접한다.

 

우리의 몸은 날씨가 더우면 몸의 열기가 피부와 표면 쪽으로 모여 반대로 몸속이 차가워지고 날씨가 차가워지면 피부가 차가워지고 몸속이 더워지게 된다. 따라서 추운 겨울에 피부가 차가워지는 것은 체표만 따뜻하게 하면 되기에 난로나 온기를 쬐면 되는데 날씨가 더울 때는 몸속에 찬 기운을 맵거나 따뜻한 음식으로 데워야 더위를 이겨 낼 수 있게 된다. 이쯤 되면 이열치열이 얼마나 과학적 근거에서 나온 말인지 조상들의 지혜로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대표적인 이열치열 음식들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보양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땀이 많이 나고 체력소모도 많으며 식욕도 떨어지는 요즘과 같은 여름철에 따뜻한 국물이나 필수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땀이 배출돼 열이 식고 속은 따뜻해지면서 새로운 기운이 생긴다.

 

전통적 여름철 보양식의 대명사는 삼계탕, 보신탕, 추어탕 등이다. 이 음식들은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성질이 있어 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그러나 자주 화를 내거나, 열이 많은 체질이거나 혈압이 아주 높은 사람에게는 역효과를 초대할 수도 있다.

 

닭고기는 대표적인 보양식이다. 육질이 연하고 소화가 잘 되며 단백질, 콜라겐 등 필수 영양소가 풍부하다. 여기에 속을 데워주는 인삼, 생강, 마늘 등을 함께 넣어 먹으면 이열치열의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추어탕의 주재료로 쓰이는 미꾸라지는 고단백질과 비타민A, D, 칼슘 각종 무기질 등이 풍부한 완전식품이다. 추어탕은 소화가 잘 되고 체내에 빠르게 흡수되어 소화 흡수력이 약한 사람들이 먹기에도 좋다.

위와 같은 전통적인 보양식에 약간의 새로운 요리법을 첨가 하면 21세기 현대인의 입맛에 딱 맞는 훌륭한 보양식이 탄생될 것이다.

 

* 갈비는 일반적으로 보양식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 불 같이 매운맛을 첨가하여 숯불구이를 한다면

  새로운 보양식이 될 수 있다.

 

* 전통적인  닭백숙에 전복, 해삼, 대하, 그리고 마늘을 많이 넣으면 새로운 맛과 느낌의 보양식이 된다.

 

* 전복, 해삼, 대하, 황기를 충분히 고아낸 국물에 아귀, 동태, 낙지가 어우러져 진땀 뻘뻘 나는 얼큰한

  해물탕을 만들면 맛도 깊고 더위도 이겨 낼 수 있는 훌륭한 보양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