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식료품 업계의 거래 관행을 규율하는 ‘식료품 업계 행동강령(Grocery Code of Conduct)’이 내년부터 시행되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할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제도는 주로 대형 식료품 유통업체와 공급업체 간의 거래 구조를 정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장을 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인하 등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식료품 업계 행동강령은 유통업체와 공급업체가 거래 과정에서 따라야 할 공통 규칙을 명시한 자율적 합의 문서로, 유통사가 공급업체에 요구할 수 있는 비용과 조건의 범위를 제한하고 분쟁 발생 시 중재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엘프대학교의 농식품 경제학자 마이크 폰 마소(Mike von Massow) 교수는 “이 강령은 유통업체가 공급업체에 과도한 비용을 전가하지 못하도록 기준을 세우고, 분쟁이 생길 경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행동강령 사무국은 제도 시행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확정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공식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미 로블로(Loblaw), 월마트(Walmart), 코스트코(Costco), 메트로(Metro), 소베이스(Sobeys)를 소유한 엠파이어(Empire) 등 캐나다 5대 식료품 유통 대기업은 제도 참여에 동의했으며, 최근 메트로가 공식 서명에 합류했다. 메트로의 에릭 라플레시(Eric La Flèche) 최고경영자(CEO)는 “행동강령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사무국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왔으며, 앞으로의 시행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제 정부와 사무국의 관심은 공급업체를 포함한 업계 전반의 참여 확대에 맞춰지고 있다. 행동강령 사무국의 카렌 프라우드(Karen Proud) 대표는 “거버넌스 체계가 마련된 만큼, 더 많은 유통업체와 공급업체가 참여하도록 지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제도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불거졌던 유통업체와 공급업체 간 갈등을 배경으로 추진됐다. 당시 일부 대형 유통사는 온라인 주문·배송 인프라 구축 비용을 공급업체에 전가하려 했고, 이에 대해 공급업체들이 불공정하다고 반발하면서 거래 관행 개선 요구가 커졌다.
다만 소비자들이 체감할 변화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폰 마소 교수는 “이 제도는 유통업체와 공급업체 간의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작동하는 장치로, 소비자들이 내년 초 매장을 찾았을 때 달라진 점을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신제품 출시 속도나 상품 선택의 다양성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가격 변동과 같은 직접적인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형 유통업체들 역시 행동강령이 식료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로블로의 페르 뱅 CEO는 앞서 “이 행동강령은 공정한 틀을 제공하는 것이지, 가격 상승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가 소비자 가격보다는 식료품 공급망의 안정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단기적인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유통업체와 공급업체 간 힘의 불균형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보다 투명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