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환경 전 장관 스티븐 길보 성명 발표…연방-알버타 에너지 합의 후 내각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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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길보(Steven Guilbeault) 캐나다 정체성과 문화부 장관이 27일 내각에서 사임한다고 밝히며, 최근 연방정부와 알버타주가 체결한 에너지·파이프라인 관련 양해각서(MoU)에 대한 강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길보 장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10년간 정부가 이뤄낸 역사적 기후·환경 진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마크 카니(Mark Carney) 총리 취임 이후 내가 환경장관 재임 시 추진했던 주요 기후정책이 철회되거나 철회될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MoU 서명이 “내각을 떠나기로 결심하게 된 마지막 계기”였다고 말했다.

길보는 내각에서는 물러나지만, 몬트리올 지역구의 자유당 하원의원 직은 유지한다.

그는 성명에서 “환경 문제는 어떤 상황에서도 후퇴해서는 안 되는 핵심 의제”라며 “연방-알버타주 간 MoU는 잘못된 방향이며, 나는 이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에는 알버타주가 요구해온 신규 파이프라인 건설 조건,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북부 연안의 유조선 금지 규제 완화 가능성, 그리고 파스웨이즈 얼라이언스 탄소 포집·저장(CCS) 프로젝트 추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전날 글로벌뉴스는 길보와 카니 총리가 MoU에 대해 “솔직하고 진지한 논의”를 나눴다고 보도했지만, 당시만 해도 길보가 사임을 고려 중이라는 신호는 없었다.

카니 총리는 이어 발표한 성명에서 길보의 사임을 아쉬워하면서도 “기후·환경 분야에서 그의 리더십과 공헌은 매우 크다”며 “관점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는 앞으로도 중요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길보는 대표적 환경운동가 출신 정치인으로, 저스틴 트뤼도(Justin Trudeau) 정부 시절 환경부 장관을 지냈으며 탄소세 정책의 옹호자이기도 했다. 카니 총리가 취임 직후 소비자 탄소세를 폐지했을 때에도 그는 재출마를 선택하고 카니를 지지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연방정부가 알버타와의 협상 과정에서 청정전력 규제 일부를 면제하고, 신규 파이프라인 가능성까지 열어둔 데 대해 길보는 “연방의 기후 공약을 심각하게 후퇴시키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정부와 관련 원주민 단체와의 사전 협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길보의 사임이 카니 정부의 기후정책 방향성에 대한 중요한 경고 신호라고 평가한다. 녹색당(그린파티) 엘리자베스 메이 대표는 “길보가 내각을 떠났다는 것은 카니 총리의 기후 리더십에 대한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MoU에 명시된 신규 서부해안 파이프라인이 실제로 추진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간 투자자 확보와 원주민 자치지역 동의 등 실질적 난관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길보는 “정치에 참여한 이유는 기후위기 대응에 실질적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였고, 그 신념은 여전히 변함없다”며 “앞으로도 캐나다가 미래 세대를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