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 주정부, 종교 영향 차단 위해 교육·공공 영역 전반에 신규 세속주의법 추진

Jean-F. Roberge X

퀘벡 주정부가 종교적 상징과 종교 활동을 공적 공간에서 더욱 엄격히 제한하는 새로운 법안을 준비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장-프랑수아 로베르주(Jean-François Roberge) 퀘벡주 세속주의 장관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2019년 법안 21이 시행된 이후 퀘벡 사회는 변화했고, 그에 따라 해당 규정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이번 법안이 기존 규제의 전면적인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 법안은 최근 로베르주 장관이 예고했던 공공장소 내 기도 금지 조항을 포함한다. 그는 “기도를 이용해 도로를 점거하거나 시위를 벌이는 모습은 충격적”이라며 이를 세속주의 훼손이자 도발적 행위로 규정했다. 구체적인 적용 방식은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일부 예외 규정이 포함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또한 법안은 교육 전반으로 종교 상징 금지 범위를 확대한다. 기존 법안 21이 권위적 지위를 가진 공무원—교사, 판사, 경찰 등—에게만 금지를 적용했던 것과 달리, 새 법안은 유치원·데이케어 노동자부터 초·중·고 및 CEGEP, 대학 직원, 심지어 사립학교 종사자까지 사실상 모든 학내 종사자에게 적용된다. 최근 통과된 개정 법률이 이미 공립학교에서 학생과 접촉하는 모든 직원을 금지 대상으로 넓힌 데 이어, 범위가 사립학교와 고등교육기관까지 확장되는 것이다.

대학 및 공공기관 내 기도실 설치도 금지되며, 니캅을 포함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복장은 CEGEP·대학 학생에게도 금지된다. 다만 로베르주 장관이 당내 회의에서 찬성표를 던졌던 ‘공공장소 얼굴가리개 전면 금지’ 조항은 이번 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는 “세속주의 법의 목적은 가능한 한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규제는 종교 사립학교에 대한 정부 보조금에도 조건을 부과한다. 현재 퀘벡에는 약 50여 개의 보조금 지원 종교 사립학교가 있으며, 앞으로는 수업 시간 중 종교 교육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 등을 충족해야 보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홍보물·커뮤니케이션에서 종교 상징을 금지하는 조항도 포함된다. 이는 지난해 몬트리올 시청의 환영 포스터에 히잡 착용 여성이 등장해 논란을 일으킨 사건을 계기로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정부는 보조금을 받는 데이케어에서 특정 종교 전통에 기반한 독점적 식단 제공을 금지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전적으로 할랄 메뉴로만 구성된 식단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번 법안이 헌법적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정부는 2019년 법안 21과 마찬가지로 **헌법의 ‘부칙조항(유보조항, notwithstanding clause)’**을 재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잠재적 권리 침해 소송으로부터 법안을 보호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방식으로, 이미 두 차례 세속주의 관련 법에서 사용된 바 있다.

이번 법안은 지난 8월 발표된 독립 자문위원회의 50개 권고안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로베르주 장관은 이를 ‘세속주의 2.0’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는 24일 공개한 영상에서 법안 표지에 “이것이 우리가 퀘벡에서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적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법안이 공식 제출되면 교육계·종교계·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뜨거운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이미 법안 21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연방대법원에서 진행되고 있어, 새 법안 역시 캐나다 내 세속주의 논쟁의 또 다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