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주가 의사 보수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새 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주 정부는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의사단체들은 “의료 자율성을 침해하고 진료의 질을 훼손한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프랑수아 르고(François Legault) 주 정부가 지난 5월 발의한 의료개혁 법안(Bill 106) 에서 비롯됐다. 해당 법안은 약 150만 명에 달하는 무(無)의사 등록 주민에게 의료서비스 접근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주민을 일차의료기관에 등록시키고 의사 보수의 일부를 환자 수나 수술 건수 등 성과 지표에 연동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는 이를 통해 “보다 많은 환자가 주치의를 만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퀘벡의 두 주요 의사회 — 가정의학연맹(FMOQ) 과 전문의연맹(FMSQ) — 은 “정량적 지표가 진료의 질을 훼손하고 의사 과로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두 단체는 올가을 의과대학생 교육을 중단하는 보이콧에 들어갔고, 정부는 이를 “조직적 압박 행위”로 규정했다.
이에 르고 총리는 지난주 금요일 특별법(Bill 2) 을 상정해 개혁안을 강제 통과시켰다. 법안은 기존 Bill 106의 핵심 내용을 포함하면서, 의사들의 단체행동을 금지하고 위반 시 하루 최대 2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법안은 심야까지 이어진 본회의에서 야당의 반대 속에 ‘절차 중단권(closure)’ 을 통해 처리됐다.
새 제도에 따르면 의사 보수의 10%가 성과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변동되며, 정부는 이를 통해 환자 배정 효율성과 수술 대기시간 단축을 도모하겠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티앙 뒤베(Christian Dubé) 퀘벡주 보건부 장관은 “이번 개혁은 의사들의 임금을 삭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의료계의 반발은 거세다. 전문의연맹(FMSQ)은 “의사의 자율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조치”라며 퀘벡 고등법원에 위헌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일부 의사들은 검은 테이프로 입을 막고 의회 앞에서 ‘침묵 시위’ 를 벌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인접 주들은 퀘벡 의사들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온타리오의 더그 포드(Doug Ford) 주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퀘벡 의사들이 서부로 오고 싶다면 1-800-DOUG-FORD로 전화하라”며 “적색 카펫을 깔아 환영하겠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르고 총리는 즉각 “전혀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온타리오와 뉴브런즈윅 주의 의사면허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몇 주 사이 퀘벡 의사 100명 이상이 신규 면허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이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지만, 전문가들은 “의료 인력 유출이 현실화할 경우 퀘벡의 공공의료 체계에 상당한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르고 주 정부는 여전히 “환자 중심의 의료 개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시스템은 변화가 필요하며, 모든 퀘벡 주민이 의료전문가를 배정받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정책이 강압적이며 의료 현장의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반박하면서 갈등의 장기화를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