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 영어권 주민, 구조적 고용 불평등 심화…연간 15억 달러 경제 손실 발생

퀘벡주의 영어권 주민들이 구조적인 노동시장 불평등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러한 격차로 인해 주 경제가 매년 15억 달러 이상 손실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비영리 연구단체 PERT(Provincial Employment Roundtable)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오랫동안 고착된 ‘영어권 주민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영어권 커뮤니티가 겪는 낮은 임금·높은 실업률·두 배 가까운 빈곤율 등이 퀘벡 전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영어권 주민의 실업률은 10.9%로, 프랑스어권(6.9%)보다 크게 높았다. 나이, 학력, 이민 여부, 지역 등을 통제하더라도 영어권 주민의 고용률은 2.8%포인트 낮았으며 임금은 평균 12% 적었다. 특히 빈곤율은 프랑스어권의 거의 두 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PERT의 니콜스 샐터(Nicholas Salter) 전무이사는 “이번 결과는 충격적일 정도로 명확하다”며 “영어권 주민 다수가 매우 높은 교육 수준과 우수한 이중언어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노동시장 진입에서 지속적으로 배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완벽한 프랑스어”를 요구하는 채용 공고 때문에 많은 영어권 구직자들이 스스로 지원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샐터 전무이사는 영어권 주민을 위한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과 직업군별 전문 프랑스어 교육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격차를 해소해 영어권 주민이 프랑스어권과 동일한 고용률·임금 수준에 도달한다면, 그만큼 퀘벡 경제가 확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고서가 보여주는 수치는 예상된 결과이지만 그 경제적 파급력은 무겁다고 분석한다. 콩코르디아대학 경제학자 모셰 랜더(Moshe Lander) 교수는 “신청자 감소, 교수진 이탈, 대학원생 유출 등 이미 교육 현장에서 그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 흐름이 지속되면 영어권 고급 인력이 퀘벡을 떠나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한 “이 문제는 단순히 영어권 커뮤니티의 문제가 아니라 퀘벡 전체의 성장 가능성과 직결된다”며 “경제 성장과 언어 보호라는 정책 선택에서 정부가 어떤 우선순위를 둘지 솔직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퀘벡 커뮤니티 단체들도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퀘벡 커뮤니티 그룹 네트워크(QCGN)의 에바 루드비그(Eva Ludvig) 대표는 “문제를 외면할수록 비용은 커진다”며 “정부는 영어권 주민들이 노동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문을 넓혀야 한다. 이는 퀘벡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퀘벡 고용부는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지만, 보고서를 검토한 뒤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영어권 주민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집단이며 일부는 이민자·원주민 등 각기 다른 장벽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영어권 주민이 프랑스어 직장 문화에 더 잘 적응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결국 프랑스어의 강화에도 기여하는 일”이라며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설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