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르고(François Legault) 퀘벡주 총리가 의료계의 강한 반발과 내각 구성원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의사 보수체계 개편을 골자로 한 새 의료개혁법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어려운 결정이지만 퀘벡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며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르고 총리는 30일 퀘벡시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들의 감정적인 반응은 예견된 일”이라며 “그 어떤 정부도 지금까지 이런 개혁을 추진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용기를 낼 때”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은 반발이 크겠지만 결국 모든 퀘벡 주민이 의료 서비스를 보장받게 될 것”이라며 정책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주 정부가 특별법(Bill 2) 을 강행 처리하면서 불거졌다. 법안은 의사 보수의 10%를 환자 수·수술 건수 등 성과지표와 연동하고, 집단적 저항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 명 이상의 의사가 조직적으로 진료 거부나 교육 중단을 결정할 경우 하루 최대 2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르고 주정부는 이번 개편이 주민 150만 명에 달하는 무(無)주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의사단체들은 “진료의 질보다 수량만을 강조하는 행정적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퀘벡전문의연맹(FMSQ)은 퀘벡 고등법원에 법률 효력 일부 중단을 요구하는 헌법소송 및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FMSQ의 법률 고문 기욤 샤를르부아(Guillaume Charlebois)는 “정부가 사실상 의사들의 퇴직, 이직, 교육 중단까지 금지하려 한다”며 “이는 헌법상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명백한 위헌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협회 법률국장 마리-조제 크레트 역시 “정부가 문제의 본질인 인력 부족과 행정 비효율은 외면한 채, 의료진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사들의 반발은 거리로도 번졌다. 수십 명의 의사들이 입을 검은 테이프로 가리고 퀘벡 주의회 앞에서 침묵 시위를 벌였으며, 의료계는 법안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잇달아 발표했다. FMSQ의 뱅상 올리바(Vincent Oliva) 회장은 “지금 눈앞에서 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있다”며 “정부는 이 비극적 상황을 즉시 멈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치적 후폭풍도 이어졌다. 같은 날 리오넬 카르망(Lionel Carmant) 퀘벡주 사회복지부 장관이 돌연 사퇴를 발표하며 무소속으로 의회에 남겠다고 밝혔다. 소아신경학 전문의 출신인 그는 “지난 몇 주간의 상황이 내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며 “정치는 스스로와 국민에게 솔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르망 장관은 의료인 가족의 반발로 내적 갈등을 겪어왔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의사인 아내와 딸이 정부 조치에 분노하고 있다. 집에서도 쉽지 않은 나날”이라고 말했으며, 그의 딸 로랑스 카르망(Laurence Carmant)은 퀘벡 일간지 르 드봐르(Le Devoir)에 기고한 공개서한에서 “주 정부가 의사들을 게으르다고 몰아붙이고 있다”며 “이런 환경이라면 퀘벡으로 돌아올 수 없다”고 비판했다.
르고 주 총리는 카르망 장관의 사퇴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해 “그가 가족을 위해 결정을 내린 것을 존중한다”며 “오랜 친구이자 동료로서 그의 헌신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정책 방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감정적 갈등이 있더라도 의료 개혁은 멈추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한편, 퀘벡 주정부의 조치로 의료인력 이탈 우려가 커지자 인접 주들이 즉각 움직이기 시작했다. 온타리오와 뉴브런즈윅 주는 최근 몇 주 사이 퀘벡 출신 의사 100명 이상으로부터 면허 신청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르고 주총리는 “타 주의 정치적 발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궁극적으로 퀘벡의 의료체계는 주민의 신뢰 속에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어려운 시기지만, 의사들과 정부가 함께 협력한다면 의료 서비스의 새로운 표준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