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서부 앨버타주 주민들이 분리독립을 향한 절차를 추진하는 대신 캐나다 연방에 남는 방안을 선택했다.
지난 10월 19일 실시된 앨버타주 주민투표에서 약 76%의 유권자가 캐나다 잔류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앨버타 분리독립을 위한 후속 국민투표 절차를 추진하는 방안에는 약 24%가 찬성했다.
이번 주민투표는 앨버타가 즉시 캐나다에서 독립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투표는 아니었다. 유권자들은 앨버타가 캐나다의 주로 계속 남을지, 아니면 주정부가 향후 분리독립에 관한 구속력 있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시작할지를 선택했다.
앨버타 선거관리위원회(Elections Alberta)가 발표한 잠정 개표 결과에 따르면 캐나다 잔류를 선택한 유권자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이번 결과는 앨버타 일부 지역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연방정부에 대한 불만과 분리독립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주민이 캐나다 연방체제 유지를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앨버타는 캐나다의 대표적인 석유·천연가스 생산지역으로, 에너지 개발과 환경규제, 연방정부의 재정정책 등을 둘러싸고 오타와와 갈등을 겪어왔다.
특히 에너지산업에 대한 연방정부의 규제와 주정부 권한 문제는 앨버타 독립운동 진영이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주요 쟁점이다.
이번 주민투표는 대니엘 스미스(Danielle Smith) 앨버타 총리가 이끄는 통합보수당(UCP) 정부가 추진했다.
스미스 총리는 분리독립에 대한 논쟁을 주민투표를 통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해 왔다.
다만 스미스 총리 자신은 캐나다 잔류에 투표했다고 밝혔으며, 분리독립 문제와 별개로 앨버타의 자치권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주민투표 결과가 발표된 뒤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는 앨버타 주민들이 캐나다의 단결을 선택한 것을 환영했다.
카니 총리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앨버타 주민들이 연방의 통합을 선택한 것은 캐나다에 긍정적인 결과라는 취지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주민투표에서 주목할 부분은 분리독립 문제만이 아니다.
유권자들은 이민정책과 사회서비스, 헌법 개정 등에 관한 총 10개 문항에 투표했다.
이 가운데 분리독립 관련 문항을 제외한 9개 문항은 주정부의 권한을 확대하거나 연방정부와의 관계를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민정책에 대한 주정부의 통제권 확대를 묻는 문항에서는 찬성 의견이 우세했다.
잠정 집계에서 약 53%의 유권자가 앨버타 정부가 이민 규모와 선발정책에 더 큰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방안에 찬성했다.
해당 문항은 이민 규모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하고, 경제이민을 우선하며, 앨버타 주민들에게 신규 일자리 기회를 우선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주정부의 권한을 강화할 것인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이 밖에도 비영주권자의 의료와 교육 등 주정부 지원 서비스 이용에 일정한 조건을 부과하는 방안, 일부 임시거주자에게 사회서비스 이용료를 부과하는 방안 등이 투표에 포함됐다.
이러한 문항들은 캐나다의 이민 규모가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증가하면서 주택과 의료, 교육 등 공공서비스에 가해지는 부담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과 연결돼 있다.
다만 이번 주민투표 결과가 곧바로 이민법이나 의료·교육 서비스 이용규정의 변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앨버타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주민투표의 10개 문항은 모두 법적 구속력이 없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따라서 주정부가 주민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실제 시행을 위해서는 관련 법률 개정이나 연방정부와의 협상 등 추가적인 절차가 필요하다.
특히 이민정책은 캐나다 헌법에 따라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권한을 나누어 행사하는 분야이므로 앨버타가 주민투표만으로 연방정부의 권한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는 없다.
이번 결과는 캐나다의 연방제와 주정부 자치권을 둘러싼 논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앨버타 주민들은 분리독립 추진에는 반대하면서도 이민과 일부 정책 분야에서는 주정부의 권한 확대를 지지하는 상반된 선택을 보였다.
이는 캐나다 연방에 남기를 원하는 것과 연방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만을 갖는 것이 반드시 모순되는 입장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캐나다에서는 앨버타뿐 아니라 퀘벡에서도 주정부의 권한과 연방정부와의 관계가 중요한 정치적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5일 퀘벡 총선에서 독립을 추구하는 퀘벡당(Parti Québécois·PQ)이 정권을 되찾으면서 연방제와 주정부의 자치권에 관한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앨버타와 퀘벡의 분리독립 움직임은 역사적 배경과 언어·문화적 정체성, 정치적 목표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퀘벡의 독립운동이 프랑스어와 퀘벡의 민족적·문화적 정체성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반면, 앨버타의 분리독립 움직임은 에너지정책과 경제적 이해관계, 연방정부의 권한에 대한 불만을 주요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편 앨버타의 독립운동 관계자들은 이번 주민투표 결과에도 불구하고 분리독립을 위한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스미스 총리는 이번 투표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나타내면서 자신의 재임 기간에 또 다른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앨버타 선거관리위원회는 현재 발표된 결과가 잠정 집계이며, 공식 최종 결과는 오는 10월 29일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민투표는 앨버타의 분리독립 추진에 제동을 걸었지만, 이민정책과 주정부 권한 확대를 둘러싼 연방정부와의 논쟁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