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파리, 런던 등 주요 도시들이 대중교통 요금 결제에 비접촉 방식을 도입한 가운데, 몬트리올 시민들은 여전히 실물 OPUS 교통카드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광역 몬트리올 교통 당국(ARTM)은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인 ‘콘체르토(Concerto)’를 통해 교통 인프라에 비접촉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ARTM은 2026년까지 몬트리올 내 지하철과 버스에 스마트폰 기반의 가상 OPUS 카드 및 은행카드를 활용한 비접촉 결제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4년 가을부터는 스마트 기기용 가상 OPUS 카드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같은 해 4월부터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OPUS 카드 충전 서비스도 도입됐다. 현재 라발(Laval) 지역의 Exo 버스 이용자들은 은행카드로 직접 요금을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이용 중이다.
하지만 교통 이용자 권익 단체인 트라젝투아 퀘벡(Trajectoire Québec)은 수백만 캐나다 달러가 투입되는 해당 프로젝트가 진정으로 필요한 분야에 자원이 투입되고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필립 자크(Philippe Jacques) 대변인은 최근 인터뷰에서 “물론 이용자 입장에서는 비접촉 결제 시스템이 편리할 수 있지만, 현재 몬트리올 시민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결제 방식이 아닌 서비스의 질”이라며 “몬트리올 지하철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스템 중 하나이며, 실제로는 인프라 유지와 노선 확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제 시스템이 간편해지면 경기장이나 축제 등을 찾는 일회성 이용자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는 실질적인 변화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크는 특히 몬트리올 교통공사(STM)의 재정 축소와 운행 제한 등으로 인해 교통 서비스의 질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반 시설을 제대로 유지하고, 운행 노선과 빈도를 늘리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지금 몬트리올 지하철은 구조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술 분석가 카르미 레비(Carmi Levy)도 정부기관의 기술 도입 방식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레비는 “공공기관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과정은 종종 비효율적이고 과도한 예산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검증된 오픈 시스템과 구조를 기반으로, 다양한 민간 기업이 참여해 경쟁하는 방식이 납세자들에게 가장 좋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기술 도입은 단순하고 투명해야 하며, 민간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RTM은 현재 개발 중인 가상 OPUS 카드 및 결제 시스템을 내부 테스트를 거쳐 2026년까지 몬트리올 전역의 대중교통 시스템에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당국은 이번 디지털 전환을 통해 교통 접근성을 높이고, 관광객 및 비정기 이용자들의 편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 단체와 전문가들은 비접촉 결제 기술 자체보다도, 현재 교통 시스템의 노후화 및 예산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결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