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주, 팁 계산·식료품 가격 표시 새 규정 시행…“소비자 권익 강화”

Simon Jolin-Barrette X

캐나다 퀘벡주 정부가 5월 7일부터 팁 계산 방식과 식료품 가격 표시 기준을 대폭 강화한 새로운 소비자 보호 규정을 전면 시행했다. 이번 조치는 물가 상승 속 소비자들의 부담을 완화하고,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이다.

새 규정에 따르면, 식당이나 카페 등 서비스업체의 전자 결제 단말기는 고객에게 제시하는 팁 비율을 세금 제외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하며, 그 방식도 중립적이고 균일한 형태로 제공돼야 한다. 이는 일부 단말기에서 세금을 포함한 총액을 기준으로 과도한 팁을 유도하던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다.

예를 들어, 식사 가격이 100달러이고 세금이 포함되어 총 114.98달러가 청구되는 경우, 팁 제안은 100달러 기준으로 산출돼야 하며, 세금 포함 금액을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된다.

사이먼 졸린-바레트(Simon Jolin-Barrette) 퀘벡주 법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퀘벡 주 가정에 있어 한 푼 한 푼이 중요한 시기”라며 “우리 정부는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그리고 지출에 있어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팁 문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로감도 반영됐다. 몬트리올 도심에서 점심 식사를 하던 시민 나탈리 기(Nathalie Guy)는 “팬데믹 이후 어디서든 팁을 요구받는 분위기였다”며 “어떤 때는 팁을 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압박도 느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시민 카린 그론댕(Karine Grondin)은 “팁은 세금 제외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돼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고객의 자율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식료품 소매업체를 대상으로 한 가격 표시 규정도 한층 강화됐다. 이제부터는 모든 소매점이 제품의 정가, 할인 가격, 단위당 가격, 그리고 멤버십 미가입 고객을 위한 가격을 명확히 표시해야 하며, 이 규정은 대형마트는 물론 편의점과 같은 소형 업소에도 적용된다.

졸린-바레트 장관은 “그간 일부 매장에서는 단위당 가격을 알아보려면 돋보기가 필요할 정도였다”며 “앞으로는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비교 가능한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계산대 가격이 광고 가격보다 높을 경우 고객에게 제공되는 보상 기준도 확대됐다. 종전에는 해당 제품 가격이 10달러 이하일 경우 무료 제공이 의무였으나, 이제는 15달러 이하 제품까지 보상이 확대된다. 이 정책은 2001년부터 시행돼 온 ‘가격 정확성 보장 정책’의 범위를 넓힌 것이다.

소매업계는 규정 변경에 따른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퀘벡 소매협회(Retail Council of Canada) 퀘벡지부 미셸 로셰트(Michel Rochette) 회장은 “매장 하나에 최대 4만 개에 이르는 제품 라벨을 모두 수정하는 것은 큰 작업”이라며 “정부가 최근 웹사이트, 모바일 앱, 전단지까지 규제 대상을 확대한 만큼 일정한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레스토랑 업계 역시 팁 관련 단말기 재프로그래밍 또는 교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퀘벡 외식업 협회는 회원들에게 “단말기 시스템을 외부 업체가 관리하더라도 규정 준수 책임은 업주에게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규정 개정은 2023년 가을 처음 발의되어 같은 해 11월 퀘벡 주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주정부는 향후 점검을 통해 업계의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