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의회, ‘영국 왕실과 단절’ 퀘벡 정당 제안 거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추모하는 캐나다 시민 지난 9월 11일 영국 버킹엄궁에 앞에 걸린 캐나다 국기 앞에서 캐나다 시민들이 헌화하며 서거한 엘리자베스 여왕을 추모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캐나다 의회가 영국 왕을 국가원수로 하는 군주제를 폐지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는 퀘벡주(州) 기반 분리주의 정당의 제안을 거부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캐나다의 프랑스어권 지역인 퀘벡을 기반으로 한 정당 ‘블록 퀘벡’의 이브-프랑수아 블랑셰 대표가 발의한 이 같은 의안이 이날 캐나다 하원에서 반대 266표, 찬성 44표로 부결됐다.

블랑셰 대표는 전날 외국 군주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군주제는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내년 5월로 예정된 찰스 3세의 대관식을 계기로 캐나다 의회가 영국 군주제와의 단절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정부에 필요한 조처를 요구해야 한다는 안건을 발의했다.

블랑셰 대표는 의회 연설에서 “군주제를 유지하는 데 캐나다 납세자가 낸 세금 수백만 달러가 들어간다”며 “우리와 동질적이지 않고 이익을 공유하지 않는 국가에 권력을 양도하거나 충성을 맹세하도록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찰스 3세를 캐나다를 단 18번 방문한 ‘캐나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인’이라고 칭하면서 찰스 3세가 캐나다 시민권 시험을 치른다면 통과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그러나 의회에서는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았다.

제1야당인 보수당 소속 피에르 폴-후스 의원은 이번 발의가 블록 퀘벡의 오랜 정치적 행동의 하나일 뿐이라며 이 정당이 점점 더 캐나다 시민들에게서 멀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블록 퀘벡은 그들이 ‘외국 의회’라고 부르는 이곳에서 자신들의 존재를 정당화할 구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옛 식민지인 캐나다는 1982년까지 대영제국의 일부였다가 현재는 영국 국왕이 군주인 15개 영연방 국가 중 하나로 남아있다.

캐나다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영국 군주제에 대한 지지는 상당히 퇴색했지만, 영국 군주제와 단절하려면 필요한 개헌까지 할 정치적 의지는 적은 편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올해 4월 캐나다 여론조사 기관 앵거스리드 연구소의 조사에서 ‘캐나다가 영국 군주제와 관계를 끊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1천607명 중 약 58%가 ‘그렇다’고 답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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