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경찰, 몬트리올 ‘중국 해외 비밀경찰서’ 2곳 수사

캐나다와 중국 국기 일러스트 [로이터=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 권역에서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서’ 2곳이 운영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져 캐나다 연방경찰 조직인 왕립캐나다기마경찰(RCMP)이 수사에 착수했다.

중국 공안부가 ‘해외 110 복무점(서비스센터)’이라는 명칭으로 ‘비밀 경찰서’를 외국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은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의 폭로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중국 정부가 50여개국 100여곳에서 이런 시설을 운영하면서 중국 출신 해외 거주 인사들을 감시하고 협박하며 귀국을 종용하는 데 쓰고 있다고 작년 9월과 12월에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해외 거주 자국민에게 운전면허 갱신 등 행정편의를 제공하는 시설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몬트리올 권역 일간지 ‘르 주르날 드 몽레알’은 몬트리올과 그 남쪽에 있는 위성도시 브로사르에 중국 해외경찰서가 있으며 RCMP가 이를 수사중이라고 보도했다.

RCMP 공보업무 담당자인 샤를 푸아리에 경사는 AP통신 등 언론사들에 보낸 이메일에서 보도 내용이 맞는 것으로 확인하면서 RCMP 통합국가안보팀이 수사를 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 국가의 지원을 받는 범죄 활동을 포착하고 방지하는 경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밝히면서 “중국 출신의 캐나다인들이 이 (2곳) 센터들의 활동으로 피해를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 있는 주(駐)캐나다 중국대사관은 입장을 묻는 AP통신의 질의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캐나다 내 ‘중국 해외 비밀경찰서’ 의심 시설은 알려진 곳만 최소한 6개로 늘었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의 작년 폭로에는 토론토 3곳, 밴쿠버 1곳, 알려지지 않은 지역 1곳이 있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오타와에서 기자들과 만나 캐나다 내에 중국 해외 비밀경찰서가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RCMP가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정보당국도 심각하게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사 개시 발표는 중국이 2021년과 2019년 캐나다 선거에서 친중(親中)성향 집권여당 자유당 후보들을 지원했다는 선거 개입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나왔다.

캐나다 정부는 중국이 선거 개입을 시도했지만 선거 결과를 뒤바꿀 정도는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반중(反中) 성향이 뚜렷한 제1야당 보수당은 의회에서 정부여당을 강하게 추궁하고 있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적대적인 권위주의적 정권에 의한, 용납할 수 없는 행동”으로부터 캐나다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멜라니 졸리 외무장관은 의회에서 “작년 가을 중국이 정치 공작원을 (캐나다에 외교관으로) 보내려고 했을 때 우리는 비자를 내주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앞서 트뤼도 총리는 독립 특별보고관을 임명해 중국 정부의 캐나다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조사’를 벌이도록 하겠다고 지난 6일 밝혔다. 다만 이는 사법처리로 이어질 수 있는 ‘수사’는 아니다.

캐나다와 중국 사이의 관계는 2018년 말 캐나다 정부가 미국 정부의 범죄용의자 송환요청에 따라 중국 기업 화웨이 창업자의 딸인 이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을 체포하고 그 직후 보복조치로 중국 정부가 캐나다 국적자 2명을 체포하면서 긴장이 커졌다. 이들 3명은 미국까지 포함한 3개국의 외교 협상 끝에 2021년 9월 석방됐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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