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주가 ‘북미 배터리 허브’를 목표로 추진해온 대규모 배터리 산업 전략이 전기차 시장 둔화와 글로벌 환경 변화 속에서 심각한 시험대에 올랐다. 1년여 사이 핵심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철회·중단되면서, 교민 사회에서도 “과연 무엇이 남았는가”라는 질문이 커지고 있다.
퀘벡 주정부는 풍부한 수력 발전을 기반으로 친환경 배터리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며 수십억 달러의 공공자금을 투입해 왔다. 그러나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꺾이고, 북미 통상 환경이 불안정해지면서 상당수 프로젝트가 속도를 잃거나 사실상 좌초됐다.
■ 상징적 실패로 남은 노스볼트
가장 큰 충격은 단연 **노스볼트(Northvolt)**다. 70억 달러 규모의 메가 공장은 2023년까지만 해도 퀘벡 역사상 최대 민간 산업 프로젝트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스웨덴 본사의 파산과 함께 퀘벡 정부가 프로젝트를 공식 철회하면서, 단기간에 ‘대표적 실패 사례’로 전락했다.
이 과정에서 퀘벡 주정부는 약 2억7천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공장 예정지는 향후 활용 방안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교민 사회에서도 “정치적 상징성이 앞선 무리한 투자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 살아남았지만 불안한 네마스카·울티엄
**네마스카 리튬(Nemaska Lithium)**은 공공자금 투입 규모만 놓고 보면 여전히 퀘벡 배터리 생태계의 핵심이다. 베캉쿠르 정제 공장은 2026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광산 개발이 중단되면서 원료 확보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는 장기적으로 공장 운영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울티엄 CAM은 현재 가동을 눈앞에 두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례다. 공장은 완공돼 인력이 투입됐지만, 미국과의 통상 갈등 여파로 확장 계획이 중단되면서 당초 기대했던 고용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 연쇄 철회…에코프로·발레·누보 몽드
울티엄 확장 중단의 여파는 발레(Vale) 철수로 이어졌고, 에코프로(EcoPro) 역시 포드의 이탈 이후 프로젝트 전체가 무기한 중단됐다. 건물은 남았지만 향후 활용 방안은 불투명하다.
누보 몽드 그래파이트(Nouveau Monde Graphite) 역시 GM의 철수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으며, 배터리 소재 중심에서 국방·특수 산업용 응용 분야로 방향 전환을 모색 중이다. 이는 퀘벡이 기대했던 ‘완성형 배터리 밸류체인’ 구상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 교민 고용에도 직격탄…라이언 일렉트릭·리티온
교민 고용과 직결된 사례로는 **라이언 일렉트릭(Lion Électrique)**과 **리티온 테크놀로지스(Lithion)**가 꼽힌다. 라이언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전기 스쿨버스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렸으나, 재정난 끝에 헐값 매각됐다. 현재 생제롬 중심으로 재편됐지만 생산 정상화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배터리 재활용 기업 리티온은 채권자 보호에 들어가 법원 감독 하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친환경 산업이라는 명분과 달리,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 그럼에도 남은 희망…미래(Mirae)
이 같은 흐름 속에서도 **미래(Mirae)**의 베캉쿠르 프로젝트는 비교적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전기차 시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공사가 이어지고 있으며,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다만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만큼, 퀘벡 배터리 산업 전체를 견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를 “배터리 산업 자체의 실패라기보다, 속도 조절 없는 확장 전략의 한계가 드러난 사례”로 분석한다. 교민 사회 입장에서는 단기 고용 효과나 정부 보조금에만 의존한 산업 전망보다는, 실제 수익 구조와 장기 존속 가능성을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퀘벡 배터리 산업은 현재 ‘선별적 생존’ 단계에 접어들었다. 대규모 구상은 흔들렸지만, 일부 프로젝트는 형태를 바꿔 살아남고 있다. 향후 퀘벡 정부의 산업 전략 수정 방향과 북미 전기차 시장 회복 여부가 교민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