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돌아온다.
“사랑. 해 본 적 있어요? 그래서 그 사람을 간절하게 그리워하고 기다려 본 적 있어요? 그 시간이 얼마나 되건 다시 볼 수 없다는 염려 때문에 아프기도 하다가 때론 다시 볼 수 있다는 작은 희망과 기대감으로 인내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마음이 심하게 너울 뛰는 그 시간을 보내 본 적 있나요?”
다수의 다큐멘터리작품을 통해 휴머니티를 다뤄 온 허철 감독의 신작 <돌아온다(영문 타이틀: The Return)>가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경쟁작으로 화려하게 레드카펫을 밟았다. 그리움과 기다림이라는 서정을 한국의 아름다운 목가적 풍경으로 담아내어 캐나다 현지의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면서.
한국의 연기파 배우 김유석과 손수현이 주연한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누군가를 기다린다. 집 나간 아들, 군대 간 아들, 돈을 훔치고 도망간 아내, 딸, 어머니, 아버지를 기다린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인 그들의 ‘부재’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어느 작은 시골 마을, ‘돌아온다’라는 작은 주점이 있다. 그곳은 ‘막걸리’를 판다. 그리고 그 곳은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온다’ 는 현판을 걸어두고는 다시 만나리라는 주문을 건다. 마치 신에게 기도하듯이.
결국 그들은 그들이 간절하게 기대하던 사람들을 만난다. 죽음의 소식으로서, 실제 돌아옴으로써, 누군가의 대역으로서, 그리운 이들을 결국엔 만난다. 그리워한다는 것, 인간 만이 가질 수 있는 사랑의 감정의 분화. 우리는 기다림과 그리움이 소중함을 쉽게 잊고 지내는 것이 아닐까?
돌아온다 – 는 우리의 마음에 질문을 한다. 그리워서 기다리는 사랑이 있는지? 인생을 두고 사랑했던 사람들의 부재를 심장 깊숙이 두고 잊고 있지는 않은지? 영화를 관람한 많은 현지 캐나다 인들이 감독에게 질문했다.
“왜 ‘주영(손수현 분)’은 남자친구의 아버지에게 감화되었나요?”
“남자친구는 아버지를 오해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파멸시키려 했죠, 하지만 주영은 아버지가 진심으로 자신의 아들을 그리워하고 있음을 알아챘습니다. 그래서 파멸의 마음을 버리고 아버지와 함께 그리운 마음을 교환하기로 작정하고 다시 발걸음을 돌린 겁니다.”
영화를 관람한 많은 캐나다인들이 이 아름다운 영화의 잔잔한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을 사랑했을 그들이, 어지간한 부재의 감정을 수그러뜨렸을 그들이 그리움의 눈물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나도 한없이 그리운 그 사람을 생각하며 낯선 감정 앞에서 솔직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눈에 차 올랐고 볼을 타고 흐르는 것을 그냥 내두었다.
허철 감독의 영화, <돌아온다>! 그렇게 몬트리올을 적셨다.
영화리뷰 작성 이석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