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 입원환자 10만명 넘겨…백신 없었던 작년 8월의 2배

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에서 인도발(發) 변이 바이러스인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입원 환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

CNN 방송은 미 보건복지부의 자료를 인용해 25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10만317명으로 집계됐다고 26일 보도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10만명을 넘긴 것은 겨울철 대확산이 정점으로 치닫던 올해 1월 이후 처음이자, 6월 하순보다 6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또 코로나19 백신이 없었던 지난해 같은 날과 견줘도 2배가 넘는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 집계를 봐도 25일 기준 입원 환자는 9만5천240명으로 10만명에 근접했다. 2주 전보다 32% 증가한 것이다.

NYT는 또 최근 7일간의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를 15만2천341명, 하루 평균 사망자를 1천165명으로 각각 집계했다.

미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인 폴 아핏 박사는 “현재의 각종 지표는 사실상 여러모로 작년 8월보다 더 나쁘다”며 “지금은 나라의 절반이 백신을 맞았는데도 지표가 더 악화했다”고 말했다.

아핏 박사는 “델타 변이는 커다란 게임체인저”라고 강조했다.

입원 환자가 급증하면서 병원은 병상이 동나고 있다.

인구당 코로나19 입원 환자 비율이 10만명당 약 80명으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플로리다주에선 코로나19 환자가 넘쳐서 암 환자를 거부하는 병원이 나오기도 했다.

3대째 암 전문의를 하는 탬파의 니테시 파리야니 박사는 최근 자신의 병원이 적절한 치료법을 제공한다며 암 환자를 전원하고 싶다는 요청을 거절했다.

파리야니 박사는 “응급 치료가 필요한 암 환자를 거절해야만 했다”며 “우리 가족이 암을 치료해온 지 60년 만에 처음으로 누군가를 거절해야 했다”고 말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1년 반 넘게 지속되면서 번아웃(일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탈진)을 호소하며 일을 그만두는 의료 인력들도 나온다.

미시시피주의 싱잉 리버 오션 스프링스 병원 중환자실(ICU)에서 일하던 간호사 니콜 애서튼은 이달 초 직장을 관두기로 했다. 끊임없이 숨져 나가는 환자들과 스트레스에 지친 것이다.

애서튼은 “보기엔 영웅처럼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땀투성이에 힘들고 혼란스럽고 피범벅이다. 매일 이렇게 살다가 집에 가서 정상적인 삶을 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미시시피주에서는 올해 초 이후 간호사가 최소한 2천명 줄었다. 이런 인력 부족이 의료 체계에 부담을 더 가중하고 있다.

싱잉 리버 병원의 간호 매니저인 버디 게이저는 의료 체계가 한계점에 도달했느냐는 질문에 “이미 우리가 망가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델타 변위가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어린이, 그중에서도 나이 많은 10대가 새로운 취약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CNN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1일 기준 16세와 17세가 인구 10만명당 주간 확진자 수에서 다른 모든 연령대를 제치고 수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공중보건학회(APHA) 사무국장 조지스 벤저민은 델타 변이의 고(高)전염성에 이들이 여름 내내 서로 많이 어울렸고,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집단 중 실제 접종을 가장 적게 할 그룹이란 점이 결합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벤저민 사무국장은 고령자와 필수 노동자들 대부분이 백신을 맞았고 “이런 일이 계속되면 누가 (바이러스에) 노출되는지가 바뀐다”며 “따라서 적어도 통계적으로 감염되는 사람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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