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한국계 혼혈 기자 나탈리 정 이 아버지의 고향인 한국을 방문하는 내용을 다룬 다큐멘터리 ‘La Corée de mon père’ 의 시사회가 지난 수요일 개최됐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한국이 아닌 한국인의 입장에서 본 한국을 그리고 싶었다는 나탈리 기자의 의도대로 그녀는 외신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그리고 어쩌면 감추고 싶었을 수 도 있는 한국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다큐멘터리는 그 동안 외신이 주목해오던 케이팝 또는 경제적 성장 스토리와 같은 화려한 앞면 뒤 그늘에 가린 한국의 뿌리 깊은 문제들을 꼬집었다. 치열한 학구열 탓에 방황하는 청소년들, 수능이라는 최종적 목표를 위해 겨우 말하기 시작할 때부터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 출신 대학으로 인해 메겨지는 인생 등급, 치솟는 자살률. 이와 더불어 차별과 분열의 상징인 정규직-비정규직 제도, 그리고 인정과 진심 어린 사과만을 바라는 위안부 할머니들까지.
나탈리 기자는 이같이 어두울 수밖에 없는 사회적 문제들을 정확히 짚고 캐나다인들이 몰랐을 한국의 모습을 그려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담는 그녀의 카메라 렌즈는 문제의 본질보다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다큐멘터리는 2016년 광화문에서 주최된 촛불시위를 가장 큰 예로 폭력 없는 시위를 한국의 한 문화로 소개하며 시위를 통해 직업의 안정성을 보장받기 위해, 또는 역사를 바로 알고 세우게 하기 위해 목소리 높이는 활동가들의 모습을 비춘다.
교육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회단체들 그리고 가출 청소년들을 위해 숙소를 제공하고 아이들의 교육비를 지원해주는 ‘푸른 눈의 사제’ 김하종 신부님 이야기 또한 깊이 있게 다룬다.
한국의 깊게 뿌리내린, 끝이 보이지 않는, 그래서 많은 이들이 포기한 문제들을 바로잡기 위해 매일 한 걸음씩 나아가는 한국인들을 바라보며 그들을 통해 마주하게 된 아버지의 고향 한국은 나탈리 기자에게 어떤 나라였을까. 개개인의 한국인들을 통해 바라본 한국은 케이팝의 앞면과는 다른 모습이었을지언정 그녀에게 보다 더 큰 긍지와 자부심을 안겨주지 않았을까.
멀고도 가까운 아버지의 고향에서 만나게 된 한국인들의 이야기와, ‘정’씨 가족의 일환으로써 아버지와 닮은 친척들을 만나 생김새는 다르지만 공통점을 찾아가며 느끼는 한국을 담은 나탈리 기자의 이야기는 1월 4일 목요일 오후 8시에 Radio-Canada 를 통해 방영된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