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무더웠던 올여름 더위도 점차 수그러지고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 가을의 느낌이 완연하다. 하지만 이 시기에 우리 몸은 무더위에 지친 상태에서 일교차가 심한 환경에 노출돼 면역력이 약한 상태이므로 특히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인체에 미칠 수 있는 자연의 영향을 풍(風ㆍ바람), 한(寒ㆍ추위), 서(暑ㆍ더위), 습(濕ㆍ습기), 조(燥ㆍ건조), 화(火ㆍ불)로 나눠 사기(邪氣)라고 했는데, 이는 자연기후의 특성이 지나쳐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기운을 일컬으며 가을은 이중 조(燥), 한(寒) 즉 건조함이나 일교차에 의한 한기가 인체에 해를 입힐 수 있는 계절에 해당한다.
따라서, 조심해야할 질환으로 호흡기 질환, 피부질환, 심혈관질환이 있다.
호흡기 질환 : 우리 장부 중 건조함에 가장 민감한 것은 폐(肺)다. 따라서 이 시기는 감기, 비염, 편도선염 등 각종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쉽다. 때문에, 항시 실내의 적당한 습도 조절이 필요하며 수분 섭취 역시 하루 1.5리터 이상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다.
피부질환 : 날씨가 점점 건조해지면서 가려움증이 증가하고 피부가 가려워서 계속 긁게 되면 각질이 더 두꺼워지고 염증을 유발해 피부건강을 나쁘게 만든다. 아토피나 건선도 건조한 환경 때문에 더 나빠질 수 있으므로 젖은 수건이나 가습기를 이용해 실내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잦은 목욕과 사우나, 때밀기는 삼가하는게 좋다.
심혈관질환 : 환절기에는 체온손실을 막기 위해 땀 분비량이 줄고 말초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상승하고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고혈압과 고지혈증, 비만, 당뇨병 등이 있는 경우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졸중, 뇌경색, 심장마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기온이 떨어지는 새벽에는 무리한 운동을 피하고 보온에 신경을 쓰는 등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평소 이와 같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수면으로 면역력을 강화하고 움츠려 있는 것보다 적당히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하는 것도 심폐 기능을 튼튼하게 하며 피부건강에도 좋다.
하지만, 심한 운동이나 무리한 야외 활동으로 체력을 지나치게 소모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과음과 흡연, 잦은 사우나, 자극적인 음식 등은 몸의 진액을 소모하고 열을 발생시켜 몸을 더욱 건조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피해주는 것이 좋다.
가을철 호흡기를 튼튼하게 하며 몸의 진액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호두, 은행, 밤, 대추 등 견과류와 배, 도라지 등이 좋으며 폐와 피부에 윤기를 주면서 저항력을 높이는 대표적인 약재로는 숙지황, 생지황, 천문동, 맥문동 등이 있다.
가을에 수확하는 오곡백과는 많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한다. 예컨대 가을에 거두는 배, 귤, 은행, 무, 도라지 등은 기침이나가래 같은 기관지 증상에 좋은 식품이다. 돼지고기, 오리고기, 꿀, 땅콩, 잣 등도 가을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