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늘어나는 병이 치매다. 85세 이상 노인 10명 중 4명은 치매 환자다. 노인인구의 28%는 치매로 가기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앓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그만큼 치매 환자도 많아졌다. 중앙치매센터의 예측에 따르면 2024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층에서 치매환자가 100만 명을 넘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치매에는 치료 약이 신통치가 않다. 콜린에스테라제 저해제(cholinesterase inhibitor)와 메만틴(Memantine) 등이 있지만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밝혀진 부작용도 상당하다. 치매에는 핵심 증상과 주변 증상이 있다. 핵심 증상은 우리가 치매하면 떠올리는 기억장애, 행동장애, 인지장애 등이다.
우울, 망상, 환각, 수면장애, 식 행동이상, 배회, 폭언, 폭력, 공격성, 간병 저항, 불안, 초조, 우울 같은 주변 증상이 동반된다. 주변 증상을 완화하는 약도 거의 ‘없다’. 특히 관행적으로 투여하는 비정형 항정신병약에 대해 미국 FDA에서는 사망률 상승을 경고하며 투여하지 말도록 권고했다.
이미 고령화 사회인 일본은 오래전부터 치매치료의 연구와 임상을 진행해왔다. 일본은 치매치료에 양약과 한약 모두를 사용한다. 세계적인 치매 권위자인 동경여자의과대학 타가시 이토 교수는 실제 임상에서 한약을 투여해 양호한 결과를 얻은 증례를 경험했고 많은 치료적 이점이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우울, 불안 등의 주변 증상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고 활력이 생겨 삶의 질이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밝혔다. 치매의 진행을 예방하는 효과도 증명됐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일본의 신경과 치매치료 가이드라인에는 한약이 포함돼있다.
부산시 한의사회는 부산시와 공동으로 한방 치매예방사업을 실시해 한약, 침 치료 등을 활용, 유의한 인지능력 개선의 결과를 얻었다. 이 외에도 서울시 등 각 지자체와 한의과대학 등을 중심으로 치매의 예방과 치료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는 한의학적 치료법으로 개선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이는 중증치매로 진행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국내외 연구 결과 약물적 치료법으로서 한약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인지 기능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약물적 치료법으로서 침 치료는 기억력을 주관하는 해마 기능 회복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정부는 ‘치매진료 관리비 지원사업’을 통해 도네페질 등의 양약을 투여하는 경우 약제비를 지원한다 고 한다. 대상자도 약 6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한의약 치료를 제공받은 환자는 거의 없다. 심지어 한약을 투여받을 권리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명백히 ‘치매관리법’은 치매환자는 ‘의사 또는 한의사로부터’ 최선의 진단과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가 치매환자의 진단과 치료비용을 지원하도록 규정했다.
캐나다 정부도 치매진료를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법의 취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수년전 몬트리올 대한노년회에서 정부인사들을 초청해 치매방법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