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오면

 

안도현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 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 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 때 강 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 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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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 줄 그 무엇이 되어야한다고 깨닫기까지 얼만큼의 시간이 걸리는 것인지, 사람이 사람과 더불어 이토록 따뜻한 시를 읽어주며 한 시절 세상을 적시고 싶어서 올려봅니다. 이 시를 카톡으로 보내주신 유희영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