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8 – 가을철 수족냉증(手足冷症)-(상)

가을이 깊어가고 일교차가 커지고 기온이 내려가면 가을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누구나 기온이 내려가면 손발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화되고 차가워진다. 그러나 그 정도가 심한 사람들은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생활을 체험한다. 노인들은 물론이고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같이 찬 공기에 노출되거나 식당주방 일처럼 장시간 찬물을 사용하거나 체력에 비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거나. 신경을 많이 써서 열이 상부로 뜬 직장인, 그리고 혈액이 탁하거나 지방이 많은 비만인 사람에게 현저하게 나타난다.
수족에 관계되는 증상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한다. 첫째는 수족이 저린 증상, 둘째는 수족이 차가워지는 증상, 셋째는 수족의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이다. 그런데 이 3가지 증상은 서로 밀접한 상관성이 있어서 각각 분리해서 다룰 수가 없다. 그 이유는 제 각각의 증상은 다르지만 발생원인과 치료처방이 거의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 3가지증상이외에도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주먹을 쥐기 어렵거나 관절이 아프고 굵어지거나 바닥을 디딜 때 발바닥이 아파 한동안 걷기 어렵거나 팔다리가 심하게 붓는 경우도 있다. 수족의 증상이 좌측이나 우측으로 치우쳐 나타날 때는 중풍전조 증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풍이 머리(뇌)을 공격하지 않고 피부나 경락을 침입하면, 팔다리가 저리거나 둔감한 증상을 나타나게 되는데 감각적으로는 중풍과 유사하게 느껴지지만 뇌일혈에 해당하는 주 증상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여러 가지 원인으로 말초신경 중 감각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손발이 저리거나 아프거나 감각이 둔해진다. 감각신경은 피부말단에서 척수를 거쳐 대뇌에 이르는 긴 경로이다. 그러므로 그 가운데 어디든 이상이 생기면 감각장애가 발생되는 것이다.
동의보감을 비롯해 여러 문헌에도 팔다리 저림은 비위의 기능이 떨어져 영양수급에 문제가 생겨 기혈이 제대로 순환이 되지 않거나, 식적(食積), 어혈(瘀血), 담(痰) 등의 원인으로 정상적인 신진대사를 할 수 없을 때 나타난다고 기술하고 있다. 특히 한쪽팔다리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해석이 다양하다. 기(氣)가 허약하면 우측팔다리, 혈(血)이 허약하면 좌측팔다리에 증상이 나타나고 척추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등의 척추질환에도 한쪽팔다리저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드물지만 한쪽손가락의 저림은 수근관 증후군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