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3. 봄 감기와 한의학

감기와 독감은 엄연히 다른 질병이다. 외부의 사기(邪氣: 나쁜 기운)가 우리 몸에 들어와 병을 일으킨다는 점은 같다. 이렇게 감기나 독감처럼 외부의 원인으로 인해 앓는 병을 한의학에서는 ‘외감병(外感炳)’이라고 한다.

감기(感氣)는 말 그대로 외부의 기(氣)운에 감(感)촉 된 것을 뜻한다. 여기서 외부의 기운이라는 것은 풍(風), 한(寒), 서(署), 습(濕), 조(燥), 화(火)라고 하는 육기(六氣)인데, 바로 이것에 침입을 당했다는 의미이다. 한자의 뜻을 봐도 그리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풀이하면 바람, 추위, 더위, 습기, 건조, 화기인데 그 중에서 더위와 화기는 비슷하고 나머지는 우리들이 쉽게 접하는 기후나 외부조건들이다. 즉 외부의 기후환경에 따라 밖으로부터 사기가 몸에 들어오는 것이 감기이다.

감기는 이러한 기운에 따라 몸에 나타나는 증상이 달라진다. 한기가 들어오면 추워하는 증상이 많고 습기에 감하면 몸이 무겁고 축축 늘어지며, 서기에 감하면 더위 먹은 것과 같은 것으로입맛이 떨어지고 땀이 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한의학은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형성되면서 발전되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유추가 가능하다. 계절과도 밀접해서 한기는 겨울, 서기는 여름, 습기는 장마철, 조기는 가을에 유행한다. 원래감기의 의미는 이랬지만 요즘에는 우리가 감기라고 하는 것은 이 여섯 가지 중 한기나 풍기의 침범을 당한 경우를 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감기는 초기에 오슬오슬 춥고 떨리다가열이 나고 목이나 어깨, 팔다리가 쑤신다. 그리고 겨울을 중심으로 가을, 봄의 환절기에 잘 걸린다.

육기가 우리 몸을 침입한 경우에는 초기는 사기(邪氣)의 특징에 따라 증상에 차이가 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몸의 상태로 인해 다르게 혹은 비슷한 경로를 밟아 증상이 변하게 된다. 특히 노인의 경우 심하면 서너 달씩 기침을 하기도 한다. 주로 밤이나 오후에 심해지고 몸이 피곤한 경우 더 기침을 한다. 컹컹거리며 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목이 간질간질하면서 이물이 걸린듯하며 기침을 한번 시작하면 계속 몰아서 하는 경향이 있다. 또 잠을 잘 때 식은땀을 흘리고 심하면 입술이 빨개지고 혀끝이 붉어지며 몸은 마르고 간혹 가래나 침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경우 초기감기와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한다. 외부의 사기가 침입한 외감증이라기 보다는 음기가 허해서 생기는 음허증(陰虛症)이기 때문이다. 감기초기와 같이 사기를 밖으로 몰아내는 치료만 한다면 별로 효과가 없다. 음기를 보충하는 방법을 기본으로 해서 치료해야 한다.

음허증은 오랫동안 병을 앓고 난 후 체중이 갑자기 줄어든 경우, 지나친 설사나 땀 등으로 인해 체액이 손상된 후 에 잘 나타난다. 요즘은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꽤 있다. 봄은 먼지도 많고 꽃가루도 날리고 기온의 변화도 심해 우리의 호흡기가 여러모로 고생을 하는 시기인듯하다. 부디 우리의 감기도 속히 낫고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 건강을 안전하게지킬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