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봄의 향연(香煙) 봄나물

한의학의 전통가치관중의 하나가 사람도 천지자연의 이치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황제내경’에는 사계절에 맞춰서 심신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하여 잘나와 있다. 봄은 천지만물에 온통 생(生) 하는 기운이 왕성하여 옛 것을 밀어내고 새것이 생겨난다.

따라서 천천히 산책을 하고 몸을 느슨하고 편안하게 하여 1년에 대한 계획을 구상하여 뜻이 생기도록 하고, 모든 만물을 살리되 죽이지 말고, 베풀되 빼앗지 말고, 상을 주되 벌하지 말라 하였다. 또한 낮이 길어지고 밤이 짧아지니 겨울보다는 취침시간을 늦추고 기상시간을 빠르게 하는 것이 봄의 기운에 맞게 생을 기르는 방법이라 하였다. 만일 이렇게 하지 않으면 간(肝)의 기운이 상한다고 하였다.

간은 억눌리는 것을 싫어하고 펼치거나 뚫고 나가는 성질이 있다. 이것을 한의학에서는 소설(疎泄)작용이라고 한다. 흐르는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여 감정과 뜻을 적당하게 펼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어린 싹이 땅을 뚫고 나오거나 씨앗이 껍질을 뚫고 나오는 현상을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작용을 억누른다면 싹은 땅속에서 썩어버리거나 결코 껍질에서 탈출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인간도 억제되고 울체한 감점에 의하여 병이 생긴다. 물론 간의 기운이 너무 항진되어도 문제가 된다. 그렇게 되면 조그만 일에도 흥분하기 쉽고 화를 잘 내어 히스테리나 노이로제에 걸릴 수 있으니 항상 적당한 정도의 순응(順應)이 필요하다.

봄은 생(生) 하는 계절이다. 봄의 기운을 잔뜩 머금고 있는 것이 봄나물이다. 제철음식이 몸에 좋다고 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인공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거나 양식한 음식물의 영양성분이 제철음식에 비하여 크게 떨어진다는 것은 실험결과로 이미 알려졌다.

봄에 나오는 제철음식으로는 단연 봄나물을 꼽고 있다. 온갖 기후변화에도 살아남은 끗끗한 토종나물들은 영양가와 함께 생명력까지도 가득 함유하고 있다. 제철 봄나물이 우리 몸에 좋은 것임은 분명하나 이왕이면 본인에게 맞는 것을 골라서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두톱, 엄나무순, 오가피순은 하체에 힘이 없어서 걷기 힘들고 무릎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거나 통증이 있는 사람에게 좋다. 냉이, 돌나물, 씀바귀, 질경이는 몸에 열이 많아서 수분과 진액이 부족하여 입 속이 마르고 허기를 쉽게 느끼고 변비성향이 있거나 성격이 급하고 화를 잘 내는 사람에게 좋다.

머위, 취나물, 고사리, 민들레, 죽순, 칡순은 대개 체격이 크고 성격도 느긋하고 원만한 사람에게서 기운이 뭉쳐서 피부질환이 있거나 오랫동안 기침이 낫지 않거나 기력이 자꾸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특히 칡의 순은 갈용(葛茸)이라 하여 녹용에 버금가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약으로 활용하고 있다. 쑥, 옻나무 순, 달래는 영양분의 소화흡수를 담당하는 비위(脾胃)가 약하여 많이 먹지 못하고 배탈이 나거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에게 유익하다. 하지만 옻나무순은 아주 더운 성질이라서 체질적으로 열이 있는 사람과 옻을 타는 사람은 반드시 피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