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7. 가을철 건강 챙기기

솔솔 불어오는 바람이 완연한 가을임을 실감케 한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사계절 모두 각자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삶의 깨달음을 주기에 충분한 것 같다. 특히 가을은 변화의 계절인데 우리의 몸을 정상적으로 운행케 하는 원리와 병이 생기는 이치가 모두 잘 담겨있다. 가을의 계절적 특성에 맞춘 우리 몸의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찰해보기로 한다

봄에는 산천초목이 싹을 틔우는 발생의 계절이다. 여름은 잎과 줄기가 무성해지고 태양에너지가 최고조로 달하는 계절이다. 이러한 양의 기운이 통합과 조정의 기능을 담당하는 긴 여름의 시기를 거쳐 음의 기운으로 전환되기 시작하는 절기가 가을이다. 그러므로 가을은 기운을 수렴하여 형체를 만들기 시작하며 만물의 결실이 이루어진다.

겨울에는 음의 기운이 절정에 치달아 가장 응축되고 침잠하는 시기이다. 봄과 가을이 환절기의 대표가 되는 이유는 에너지의 방향성이 바뀌기 때문이다. 즉 봄은 차가운 음(-)의 기운이 양(+)의 기운으로 전환되는 시기이며 가을은 뜨거운 여름을 지나서 양(+)의 기운이 음(-)의 기운으로 바뀌는 시절인 것이다.

따라서 몸의 적응력이 떨어진 사람은 이러한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감기나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등 호흡기질환을 포함한 여러 가지 질병에 걸리기 쉽다. 예로부터 봄과 가을에 주로 보약(補藥)을 먹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오히려 영양분이 부족하기 쉬운 겨울에 보약을 먹어 봄을 대비하고 지치기 쉬운 여름에도 보약을 통하여 몸을 보충하면 가을을 건강하게 맞이할 수 있다.

서양의학에서는 감기를 바이러스질환으로 본다. 또한 바이러스의 활동력은 추울 때 심하다고 한다. 하지만 감기는 봄과 가을에 접어드는 환절기에 많다. 겨울에도 날씨가 따뜻해졌다가 갑자기 추워질 때 많이 걸린다. 따라서 온도변화에 맞춰 서서히 순응할 수 있는 몸의 적응력의 차이에 달려있다고 본다. 갑작스런 기후변화에 무난히 적응하기 위하여 몸의 정기(精氣)를 기르도록 해야 한다.

가을은 결실과 수확의 계절이다. 하지만 봄에 꽃을 상하게 하는 추위가 오듯이 가을에도 태풍이 지나간다. 태풍의 강도가 너무 세다면 모든 산천초목이 뽑히고 논의 벼도 다 쓰러져 수확을 포기하고 속을 태운다.

현대사회에서는 외부간판이 중시되다 보니 의료분야에서도 성형, 피부, 미용 쪽으로의 쏠림 현상이 강하다. 하지만 건강한 피부미용의 비결은 편한 마음과 오장육부의 건강한 상태에 달려있음을 알아야 한다. 외형에만 매몰되지 말고 마음과 보이지 않는 오장육부는 건강한지, 검사상의 정상판정과 함께 기능적으로도 건강한지, 단지 나타난 병만 없는 상태인지 결실의 가을에 즈음하여 가까운 한의원에서 냉정한 진단을 받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