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9. 화병의 정의와 치료

울화로 말미암아 나타나는 모든 병상을 울화병 또는 화병이라고 한다. 한의학에서 화(火)란 오행(五行)의 하나로 격렬한 감정이나 심기의 흥분을 의미한다. 만약 감정 즉 칠정(七精)이 과도하면 각 소속 장부에 화가 일어나 각종 증상을 유발한다.

정신태동의 구체적인 표현으로써 나타나는 감정과 기의 활동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신활동이 과도하게 흥분 또는 억울 되면 오장육부에 영향을 미쳐 심중번열, 이노(易怒), 현훈, 두통, 불면, 구고, 협통, 기울 등이 발생하는데 이들 모두는 화병의 범주에 속한다.

이는 주로 마음이 원인이 되어 오는 것으로 예를 들면, 심리적인 쇼크나 정신적인 갈등에 의해서 일어나는 병이다. 뇌의 기질적인 변화 없이 정신 증과는 달리 인격의 변화가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심신 증이나 정신병은 화병의 범주에 속하지만. 정신분열증과 간질 등은 화병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의학에서 심신의학은 새로운 학문이 아니다. 질병을 해석할 때 정신과 육체를 별개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울화가 치밀어 생기는 화병은 격렬한 감정이나 마음의 흥분이 장기에 쌓여 생기는 병이다. ‘화는 원기의 적’이라고 표현 했듯이 화의 성격은 모든 것을 태우고 소모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화가 간에 축적되면 간화(肝火), 마음에 쌓이면 심화(心火)라고 한다. 이러한 화가 쌓이면 간암, 간경화 그리고 각종 심장병을 유발할 수 있다.

화는 일반적으로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두통, 얼굴 달아오름, 목에 이물질 증상, 가슴 두근거림 등을 경험한다. 그 동안 화병은 여성이 잘 걸리는 병이라 여기면서 개인적인 성격 탓 또는 여성을 억압해온 문화의 탓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근래 화병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많이 나타난다. 반복되는 스트레스로 고통 받는 직장인, 학생 등 사회구성원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심각한 병으로 드러나고 있다.

화병의 치료는 화의 원인을 제거하고 스스로 감정을 조절해야 한다. 화가 치밀어 오르면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려 화를 분산시키는 훈련을 해야 한다. 기공 등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거나 전자오락이라도 하여 간단히 화를 다스릴 수 있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운동요법은 자신의 신체적 특성에 알맞은 운동법을 택해야 한다. 태음인이라면 운동량이 많은 것을, 소음인은 너무 격렬한 운동을 피하고 태양인이나 소양인은 그 중간쯤으로 운동량을 조절하면 좋다.

식생활습관을 바로 해서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기르는 것이다. 태음인은 지방질을 삼가고 단백질을 많이 섭취한다. 소음인은 찬 음식을 피하고 따뜻한 음식이 좋다. 소양인은 열이 많은 음식을 피하고 태양인은 담백한 음식을 주로 먹는다.

차 복용법도 체질에 따라 태음인은 율무차를, 소음인은 인삼차를, 소양인은 구기자 차나 녹차를, 태양인은 영지버섯 차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