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9. 화병은 분노증후군이다

1995년 미국정신의학회는 화병을 ‘Hwa-byung’이라는 우리말 용어를 쓰면서 “한국민족 증후군의 하나인 분노증후군으로 설명되며 분노의 억제로 인해 발생한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한국 주부들에게 많이 발생하며 ‘화병은 한국문화 특유의 분노증후군’이며 화병이란 단어를 정신의학용어로 1995년 미국정신의학회에 공식 등록하면서 정의를 내렸다.

최근에도 취직난에 자식들 등록금 인상, 물가 인상, 감원 예고까지 돌고 있어 알게 모르게 화병을 앓는 주부들이 많다. 가정보다는 직장에 더 충실하기를 강요당하는 가장들, 가부장적 분위기에 짓눌러 사는 주부들,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수험생들 등 화병의 사례가 흔하다.

이처럼 화병이 흔하게 된 역사, 문화적 배경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민족이 타 민족에 비해 감정 표현을 억제 당하다 보니 그 불만이 한(恨)으로 쌓이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한민족은 예로부터 외세의 침입을 수 없이 받아와 외부 압력은 본능적으로 차단하고 내부적으로 결속하는데 치중해 왔다.

내부결속은 지역과 가정 같은 소규모 집단 안에서 나름대로의 서열을 세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서열이 생기면 ‘우두머리’를 빼고는 누구도 스트레스에서 자유롭기는 힘들다. 더욱이 그 서열에서 밀려 나기라도 하면 더 가혹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화병이 유달리 한국 여성에게 많은 것도 언제나 남편의 그늘에 묻혀야 했던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대변해 주는 것은 아닐까 추론하게 된다. 화가 날 때 보통 ‘화가 치민다’ 라고 표현한다. 마치 뚜껑을 덮은 물주전자를 불 위에 올려놓고 끓일 때 압력이 팽창하다 물이 넘치는 것처럼 화도 어느 순간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과 의사들은 화병을 우리의 고유한 문화 관련 증후군으로 파악한다. 서양은 감정을 표현하는 문화인데 반해 아직도 우리 나라의 경우 ‘감정의 절제’를 높이 사는 ‘억압문화’ 이다 보니 화병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울화를 적절하게 표출하는 방법을 스스로 훈련 해야 한다’ 라고 권유하고 있다

동의 보감에서는 화병은 모두 화열(火熱) 에 속하는 증이라고 했다. 특히 인후의 병은 목 주변에서 생기는 증상들이다. 편도가 잘 붓고 목구멍이 아프고 목안이 따끔거린다. 피부가 가렵고 긁으면 부어 오르기도 하는데 이것은 화가 원인이며 성격이 예민한 여성에게 잘 생긴다. 그리고 통증, 눈병, 구설(口舌)병도 대부분 화에 의한 화병에 기인한다

속이 답답하면서 손발에 열이 나는 증상들은 심장과 신장에 열이 있을 때 많이 생긴다. 또한 잠을 깊이 자지 못하며 입이 잘 마르며 열감이 얼굴로 올라오고 신경을 조금만 써도 소화가 잘 안되고 눈에 피로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