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9. 노인보약

-허(虛)한 것을 보(補)하는 약이 보약이라고 정의한다면, 보약이 가장 필요한 연령대가 바로 노년들이 아닌가 싶다. 어린이나, 부인, 남성을 위한 보약이 부족한 일부분을 보하는 것이 중심이라면, 노인 보약은 전체를 보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노인들은 몸 전체의 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에게 나타나는 증상들이 대부분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서 인식되기 때문에 보약의 필요성에 대하여 크게 강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본인 스스로 뿐만 아니라 주변의 가족들, 심지어 의사들 조차도 그러하다.

-손자의 치료를 위해 몇 차례 한의원을 따라온 노인이 있었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본인의 증상을 말하면서 치료 가능성을 물어왔다. 이분은 노인 허증의 전형적인 증상들을 가지고 있었다. 몸에 힘이 없고 피곤하며 잠도 깊게 못 잔다. 소화도 잘 안되고 조금만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고 입맛도 없다. 몸에 미열이 있고 변비도 있다. 어지럽고 소변도 시원히 잘 나오지 않아 화장실에 자주가야 한다. 잠잘 때 땀이 많이 나지만, 낮에는 몸이 추워 옷을 한 겹 더 입어야 된다. 그러다 보니 모든 일에 의욕도 없고 외출도 점점 귀찮아진다. 복진(腹診)을 해보니 배가 힘없이 물렁물렁하고 배꼽 위에 동계(動悸)가 뚜렸했다.

-노인들의 건강을 볼 때 보통 잘 먹고 잘 소화시키고, 잘자고, 잘 배설한다면 건강한 경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많은 노인들이 이중 한 두 가지에는 해당되지만. 이 환자의 경우 이중 아무것도 순조롭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외에도 많은 증상들을 가지고 있었다. 이분의 기본 처방은 보약범주 내에서 이루어졌으며 본인의 주요 호소 증상에 따라 약재를 가감하여 처리했다.

-노인 보약은 인삼, 황기, 백출 등의 보기약(補氣藥)을 중심으로 양기가 많이 떨어진 경우에는 녹용을 비롯한 두충, 육종용 등 보양약(補陽藥)을 추가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특히 여성들의 경우 음(陰)이 부족하다면 숙지황이나 당귀, 백작 같은 보음(補陰), 보혈(補血)을 고려 할 수 있다. 노인 보약에서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소화기가 약한 경우 차가운 약이나 끈적끈적한 약들은 소화를 못 시키므로 숙지황이나 백작은 조심해야 한다. 고혈압이 있을 경우에는 인삼 등을 조심하는 것이 좋다.

-혹자는 노인들이 건강에 둔감하다 할지 모르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은 젊은이들 못지 않다. 어쩌면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노인들에게 있어서 보약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건강에 대한 노인들의 관심을 진심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