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 어린이 보약

어린이는 발육의 과정에 있으므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아직은 완전한 상태가 아니지만 성장해 감에 따라 위로 그리고 바깥으로 뻗어나가는 기운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어린이들은 어른 보다 매우 활동적이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어린이들이 음(陰)보다는 양(陽)이 매우 강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보약도 이러한 특성을 감안하여 처방한다.

그러므로 어린이 보약은 지나치게 기운을 돋구는데 치중하기 보다는 오히려 통상 부족하기 쉬운 음적인 부분을 고려하면서 그 어린이가 특별히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주는데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감기에 자주 걸리는 어린이라 겨울이 오기 전 폐를 튼튼히 해주는 보약을 가을에 먹일 수 있고 매년 봄철에 알레르기로 고생한다면 역시 그 이전 계절인 겨울에 보약을 먹이게 된다. 이러한 경우의 보약은 일회적 처방보다는 몇 년에 걸쳐 같은 시기에 먹이는 것이 좋다.

밥을 작 먹지 않거나 편식이 심하고 소화기가 약한 아이라면 계절에 상관없이 소화기능을 높이는 보약이 필요하고 신경이 예민하여 스트레스를 잘 받거나 짜증이 많은 아이들은 긴장을 풀어주는 약을 처방한다. 또한 큰 시험을 앞 두었거나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은 정신을 맑게 해주고 성장에 도움이 되는 약을 먹일 수 있는데 최근 한의원에서 많이 찾는 총명탕이나  성장탕은 이러한 것 들을 감안한 처방들이다.

갓난 아이에게도 보약을 먹일 수 있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산모가 보약을 먹으면 태아에게 영향이 미치는 예에서 보듯, 갓난 아이가 보약을 먹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소화기능이나 배설 기능 기타 장기의 기능이 아직 자리잡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출생 후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지난 뒤에 보약을 먹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린이들이 보약을 먹는 양은 나이나 체격에 따라 다르다. 대체로 고등학생 이상은 어른과 동일한 양을 복용해도 된다. 아주 어린 아이들의 경우 전체 복용량 및 1회 복용량이 나이에 반비례하여 줄어든다. 따라서 2세, 3세의 어린이라면  불과 몇 첩만 복용하여도 보약으로서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이들은 대체로 쓴 약 맛을 받아 들이기 어려워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이 경우 꿀을 가하거나 주스, 요구르트 등에 조금씩 섞어서 여러 번에 나누어 먹이면 된다.

요즘 아이들은 한 두세대 전과 비교하여 체격은 월등히 좋아졌지만 체력은 결코 좋아 졌다고 하기 어렵다. 특히 면역과 관련된 질환이 흔한 것은 요즘 어린이들이 더욱 불균형한 건강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어린이 보약은 녹용이나 인삼을 이용한 막무가내식 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찾아 그것을 보해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