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인체를 어떻게 바라보는 것일까? 여러분들은 오장육부(五臟六腑)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五臟六腑’라는 것은 한의학에서 인체를 바라보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는데 먼저 ‘臟腑’라는 것에 대해서 알아보자. ‘臟’이란 무엇을 간직한다는 의미로 몸에 기반이 되는 강한 내재적 작용을 가진 것으로 간, 심, 비, 폐, 신(肝, 心, 脾, 肺, 腎)을 말하며 음(陰)에 속한다. ‘腑’라는 것은 몸의 외부에 표현되는 강한 외재적 작용을 가진 담, 소장, 위, 대장, 방광(담, 小腸, 胃, 大腸, 膀胱)을 말하며 양(陽)에 속한다. 이렇듯이 臟과 腑로서 음양을 가르고 肝은 木, 心은 火, 脾는 土, 肺는 金, 腎은 水에 배속시켜 다시 오행(五行)으로 나누어 인체를 파악하는 것이다.
오장육부(五臟六腑)의 개념은 서양의학에서의 장기의 개념과는 많은 차이가 있으니 이는 근본적인 인식이 틀리기 때문이다. 서양 의학에서의 장기라는 것은 직접 해부하고 눈으로 확인하는 개념이지만 한의학에서는 인체 외부로 표현되는 여러 현상들을 장부에 결합시켜 인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심장이라는 것은 서양 의학에서는 단순히 온 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펌프와 같은 역할을 하는 장기로 인식하나 한의학에서는 혈액공급의 기능 뿐 아니라 서양의학에서 뇌에 속하는 정신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臟으로 인식한다.
다시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진단과 병인(病因)면을 살펴봄으로써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서양의학의 진단을 주로 혈액검사, 소변검사, X-ray, CT, MRI와 같은 방사선 검사 등 직접 인체를 해부하고 분석하는 방법으로서 병을 진단하고 치료한다. 하지만 한의학의 진단방법은 사진(四診)이라 하여 눈으로 보는 망진(望診), 귀로 듣는 문진(聞診), 입으로 질문하는 문진(問診), 손으로 맥이나 신체를 만져보는 절진(切診)을 기본으로 하여 병을 진단하고 치료한다.
물론 서양의학에서도 望診, 聞診, 問診, 切診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큰 차이점이 있으니 切診에 속하는 맥진(脈診)은 주로 맥박수를 측정하여 심장박동의 이상을 알아보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지만 한의학에서의 맥진은 맥박수 뿐만 아니라 맥의 높고 낮음, 매끄러움과 껄끄러움, 강함과 약함 등의 28종류의 맥의 형상의 차이와 맥을 잡는 부위와 오장육부(五臟六腑)와의 상관관계에 의해서 인체의 전반적인 상태를 알아내는 것이다.
병인(病因)면에서는 서양의학은 주로 바이러스나 세균 등에 의해 질병이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하나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정서와 감정을 가리키는 칠정(七情)이라는 내인(內因)과 바이러스나 세균과 비슷한 개념에 속하는 육음(六淫)이라는 외인(外因)과 음식, 과로 등을 포함하는 불내외인(不內外因)의 3가지 원인으로 나눠 진단하고 각 부분의 조화에 초점을 맞추어 질병을 치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