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부위의 피를 빼 병을 치료할수 있다는 생각은 동양에서 수천년을 이어왔다. 그러나 집에서 ‘죽은 피’를 뽑는다고? 잘못 하다가는 당신 건강에 피멍이 들고 치명적일수도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중국 고서 ‘황제내경’이나 우리고전 ‘동의보감’에도 피를 뽑아 치료하는 방법이 언급돼 있다. ‘부항(附缸)’도 아픈 부위의 피나 고름을 뽑아 치료하는 것이다. 손주가 체했을 때 할머니가 손가락 끝을 바늘로 따 주던 것 역시 비슷한 개념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사혈(瀉血)요법’이라 한다. ‘사(瀉)’는 ‘쏟아버린다’는 뜻으로 피를 쏟아버리는 치료법이란 의미다. 사혈침을 찔러 피가 나오게 한 뒤 그 위에 작은 항아리처럼 생긴 부항기를 붙여 내부압력을 줄이면서 피를 몇 백 CC 뽑아낸다.
하지만 손가락 끝을 바늘로 따는 정도를 넘어 혈액을 100CC이상 뽑는다면 어떨까? 한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몸에 침을 찌르고 피를 이렇게 많이 빼도 괜찮을까?
얼마전 50대의 K씨는 운전도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브레이크를 밟는 도중 숨이 멎은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5년전 협심증 진단을 받은 K씨는 3개월 여동안 무면허 의료인으로부터 사혈 시술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K씨의 아들은 “병원치료를 받아 병세가 호전됐던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한 것은 사혈요법 때문”이라며 “면허도 없는 사람이 매주 200-600CC의 피를 뽑았다.”고 말했고 유족들은 해당 사혈요법 시술소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자가(自家) 사혈요법은 위험
사혈은 한의학 치료법 중의 하나로 전문의료행위에 속한다. 잘못하면 조직손상, 탈진, 감염 등 치명적인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이 시술해야 한다.
최근 무면허 의료인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사혈요법은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터넷에서는 심지어 정수리나 얼굴 등에 사혈 요법을 실히하는 사진까지 버젓이 올라오고 있다. 한의사 등 전문가들이 시술해야 하는 사혈요법이 인반인들의 손으로 넘어 오면서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기준없이 마구 잡이로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사혈요법 금물
▷ 어린이 – 혈관이 미성숙해 사혈 부위가 크게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
또 출혈에 대한 공포가 크기 때문에 정신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고혈압환자 – 가정용 사혈침으로 손가락 끝에 피를 내는 것조차 위험할 수 있다. 혈압이 높은 사람, 평소 열이 많은 사람, 흥분을 쉽게 하는 사람들은 자극에 무척 민감하다. 뇌출혈로 쓰러지거나 마비 증상을 보일 때 손가락을 따면 출혈이 심해져서 출혈성 빈혈이 생기거나 탈진이 올 수 있다.
▷ 심장질환 환자 – 사혈을 하면 피가 부족해져 심장에 무리가 올수 있다.
▷ 당뇨병 환자 – 사혈 부위 상처가 잘 아물지 않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높다.
▷ 피부질환 환자 – 피부 이상 반응이 나타날수 있다. 상처도 깨끗하게 아물지 않는다.
▷ 임산부 및 노약자 – 임산부는 철분이 부족한 피를 많이 뽑아 철분이 더욱 부족해지면 빈혈이 심해지고 심하면 유산할 수도 있다. 노인, 월경 중에 있는 여성, 코피가 잦은 사람들도 빈혈이 심해질 수 있다. 만일 사혈 처방을 하는 경우는 혈을 보(補)하는 한약 처방을 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