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을 복용하는데도 가리는 게 많아 한약을 쓰기가 어렵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특히 한약을 복용할 때 따르는 금기사항이 확고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한 금기 사항에 대하여 알아보자.
1) 약효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녹두를 금한다.
예컨대 “녹두는 모든 약의 독을 푼다.”라고 밝히고 있는 만큼 한약의 약효를 떨어뜨린다. 특히 녹두를 가열하지 않고 물에 불려 생즙을 내어 먹을 때 그 해독 작용은 더욱 크다. 익힌 숙주나물이나 녹두 빈대떡은 약간 먹는 것은 별 문제가 없지만 한약 복용시는 굳이 먹을 필요는 없다.
2) 보약은 온열성의 성질이 많으므로 냉성의 음식은 삼간다.
소화기가 약한 소음인에게 밀가루 음식, 돼지고기, 참외, 복숭아 등의 냉성의 음식은 삼가야 한다. 여름철에는 찬 음식을 많이 찾고 입맛이 없다고 하여 밀가루로 만든 면류를 많이 먹게 된다. 그런데 여름철에는 양기(더운 기운)가 체표에 머물러 있고 신체 내부는 오히려 냉할 수 있는데 이럴 때 냉한 성질의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한약의 흡수에도 방해가 되고 소화도 잘 되지 않게 된다.
3) 병세를 자극하는 것을 방지한다.
예컨대 메밀은 찬 성질이 있어서 찬 성질이 원인인 병의 기운을 발동시킨다. 닭고기와 돼지고기는 풍의 기운을 올려주는 찬 성질의 음식이므로 특히 몸에 열이 있고 혈압이 높은 환자는 평소에도 이와 같은 음식을 삼가는 것이 좋다.
4) 장과 위의 기능을 손상시키지 않아야 한다.
한약을 복용할 때 흔히 맵고 짠 자극성 있는 음식을 삼가도록 하는 것은 장과 위의 기능을 손상되지 않도록 하며 약물의 흡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파, 마늘 등의 자극성 있는 음식인 지나치게 맵고 짠 매운탕 류는 위와 장에 많은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5) 굽거나 기름으로 튀긴 음식을 피하라.
음식은 굽거나 튀기는 것보다 물에 넣어 익히거나 쪄서 먹는 것이 좋다. 음식을 굽거나 튀기면 영양소도 파괴되지만 우리 몸의 심혈(心血) 계통에 나쁜 영향을 끼치고 한약의 흡수에도 지장을 초래한다.
6) 한약 복용시 금기 음식은 질병이나 한약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지나치게 찬 음식, 익히지 않은 날 것, 기름진 음식, 지나치게 맵거나 자극성이 강한 음식, 과음 등은 공통적인 금기 음식이다. 이 금기는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한약의 이론과 의사의 경험에 의해 이루어져 온 것이므로 한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하는 경우 그의 지시에 따라 복용하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