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데서 자면 입이 돌아간다’는 말은 누구나 들어보았을 것이다. 안면신경마비로 진료실을 찾아온 환자들에게서도 자주 듣는 말이다. 안면신경마비는 얼굴 근육이 굳어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질환을 의미한다. 한의학적 질환명인 ‘구안와사’와 안면신경마비는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인다. 얼굴근육은 종류가 상당히 많고 각각의 역할이 있는데 눈꺼풀을 움직이는 근육이 마비되면 눈이 완전히 감기지 않고 입을 움직이는 근육이 마비되면 음식을 씹거나 표정을 짓는 데 문제가 생긴다.
안면신경마비는 뇌에서부터 얼굴 근육까지 이어진 신경경로 상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에 따라 중추성 마비와 말초성 마비로 나뉜다. 중추성 안면신경마비는 뇌경색, 뇌출혈, 뇌종양 등 뇌의 병변으로 인해 생기는 증상이다.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안면신경핵 이하 신경분지들에 문제가 생겨 증상이 나타는 것을 의미한다.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를 세부적으로 구분하면 벨마비, 람세이헌트 증후군, 안면신경이나 청신경의 종양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벨마비는 벨(Bell)이라는 스코틀랜드의 외과의사 이름에서 따온 질환명으로 중추성 안면신경마비와 다르게 한쪽 얼굴 근육이 전부 마비되기 때문에 눈을 감기가 불편해 눈물이 많이 나고 눈을 위로 치켜뜨기 어려워 이마에 주름을 지을 수 없다. 입 주변과 볼의 근육이 움직이지 않아 음식을 씹을 때 부자연스럽고 물을 마실 때 한쪽으로 새기 마련이다. 이에 일상생활이 힘들고 불편해진다.
안면신경마비는 주로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바이러스 질환은 보통 몸이 약해져 있는 상황에서 많이 발생하는 만큼 ‘추운 곳에서 자면 입이 돌아간다’는 말은 추위가 면역력을 약화시켜 쉽게 안면신경마비가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안면신경마비는 치료 초기인 1~2주간 증상이 더 심해지거나 차도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럼에도 초기부터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방치하게 되면 안면의 반영구적인 틀어짐으로 인해 안면비대칭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한방에서는 안면부 추나요법과 침·약침치료, 한약 처방 등이 병행되는 한방통합치료를 한다. 먼저 비뚤어진 안면신경과 근육을 바르게 교정하기 위해 안면부추나요법을 실시한다. 침 치료는 손상된 신경과 근육을 자극해 약해진 근육을 회복시키며 순수 한약재 성분을 정제한 약침 치료로 염증을 제거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증상을 완화한다. 또한 환자의 몸 상태에 맞춘 한약 처방은 신경 세포의 축삭을 둘러싸는 수초가 파괴되는 현상인 탈수초 현상을 개선해 빠른 회복을 돕는다.
안면신경마비는 치료 후에도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꾸준히 안면 근육운동을 해주면 후유증 예방과 재발 방지에 큰 도움이 된다. 표정 짓기, 눈 깜빡이기, 풍선 불기, 껌 씹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안면 근육을 자주 사용해주면 좋다. 또 취침 전 기상 후 따뜻하게 데운 수건으로 얼굴을 감싸 부드럽게 마사지하는 것을 추천한다. 어느 날 갑자기 얼굴에 이상 감각이 느껴지는 등 문제가 있음을 인지했다면 망설이지 말고 조속히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도록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