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 의사 1만여 명 몬트리올 집결…“법안 2호 전면 중단” 요구, 의료 대혼란 조짐

Christian Dubé Twitter

퀘벡주 의사단체들이 새 보수체계 개편 법안에 반대하며 대규모 행동에 나섰다. 9일 몬트리올 벨센터(Bell Centre)에는 1만 2천 명이 넘는 의사·전공의·의대생·가족들이 모여 법안 2호(Bill 2)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퀘벡 의료계와 정계에서 벌어지는 혼란이 심화하며, 향후 의료 체계 전반의 불안정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집회를 조직한 퀘벡 4대 의료단체는 이번 집회를 “퀘벡 의료 전문가 전체의 총의(總意)를 보여주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퀘벡 일반의사연맹(FMOQ)의 마크-앙드레 아미오(Marc-André Amyot) 회장은 “정부가 강행한 법안은 재앙을 초래할 것이며, 이미 550명의 의사가 퀘벡 이탈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법안 2호는 지난 10월 말 프랑수아 르고(François Legault) 주정부가 절차 종료(closure)를 동원해 통과시킨 법으로, 의사 보수의 10%를 진료·수술 횟수 등 성과지표에 연동하도록 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집단적 반대행위를 금지하며 최대 하루 2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의료계는 이를 “질보다 양을 강요하는 법” “헌법적 기본권 침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현장에 참석한 응급의학과 의사인 줄리엣 켐프(Juliet Kemp)는 “이 법은 환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기존의 붕괴 위기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가정의학과 의사인 마리-에브 랑드리(Marie-Ève Landry)는 “클리닉은 이미 사회복지사·전문 간호 인력이 부족해 기본 업무도 버거운 상태”라며 “더 많은 환자를 보라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벨센터에는 림루스키, 트루아리비에르 등 퀘벡 전역에서 버스 17대 분량의 참가자가 몰려들었고, 주최 측은 참가 인원을 12,500명으로 집계했다. 현장에서는 의사 밴드 ‘더 닥 쇼(The Doc Show)’의 공연, 의료진의 경험담 영상 등이 이어지며 분위기가 고조됐다. 참가자들은 “환자는 숫자가 아니다”, “의료는 패스트푸드가 아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흔들었다.

이번 논란은 의료계뿐 아니라 정계에도 불똥을 튀겼다. 르고 정부에서 사회서비스부 장관을 맡았던 리오넬 카르망(Lionel Carmant) 의원은 가족의 강한 반대와 개인적 소신을 이유로 탈당, 무소속으로 전환했다. CAQ(연정 미래 퀘벡) 소속이던 이자벨 풀레(Isabelle Poulet) 의원 또한 공개적으로 당 지도부를 비판한 직후 출당됐다.

크리스티앙 뒤베(Christian Dubé) 퀘벡주 보건장관은 의료계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주 법안의 일부 조항 시행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지만, 단체들은 “근본적 철회 없이는 투쟁을 멈출 수 없다”며 퀘벡고등법원에 위헌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전문의 연맹의 법률팀은 “법안의 집단행위 금지 조항은 사실상 의사들의 퇴직·이직·교육 중단까지 제한하는 반헌법적 요소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집회에는 전 퀘벡 총리이자 전문의 연맹 협상 대표인 뤼시앵 부샤르(Lucien Bouchard) 도 참석해 “정부는 의사들이 이 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환자들이 받을 피해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일반외과 전공의 아라즈 쿠유욤지안(Araz Kouyoumdjian)은 “이 법으로 가장 취약한 환자들이 타격을 받게 된다”며 “현장 의료는 이미 한계 상황에 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몬트리올 대규모 집회는 지난주 퀘벡시에서 열린 시위에 이어 두 번째로, 의료계의 조직적 행동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대화 재개를 제안했지만 의사단체들은 “협상은 철회가 전제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양측 갈등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