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혼부부, 13살 딸 백신 접종 소송…”맞혀라” 남편 승소

아기를 안고 코로나 백신 접종 스티커를 들어 보이는 캐나다 시민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 캐나다의 이혼 부부가 13살 딸의 코로나 백신 접종을 놓고 벌인 소송에서 접종을 주장하며 제소한 전 남편이 승소했다.

23일(현지시간) CBC 방송에 따르면 새스캐처원 주 지방법원은 지난 9일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며 딸에게 백신 접종을 하도록 전 남편의 손을 들어주었다.

당초 딸은 백신을 맞으려 했으나 백신에 관한 부정적 정보를 강력히 내세운 전 부인의 저지로 법정 다툼까지 가게 됐다고 전 남편이 전했다. 부부는 여러 해 전 이혼했다.

소송은 지난 5월 시작돼 양측이 각각 증인으로 내세운 의사와 전문가들의 증언 공방이 몇 달간 이어졌다.

특히 접종 반대 측 당사자로 딸의 조부모까지 가세, 소송전이 ‘집안싸움’ 양상으로 번졌다고 방송은 전했다.

딸의 조부모는 최근 전국적으로 거세게 번진 백신 반대 시위를 조직하고 직접 참여하는 등 ‘백신 반대’ 운동을 일선에서 주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결정에 대해 전 남편은 딸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백신을 맞히려는 자신의 노력을 설명하면서 “지난여름이 지옥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손녀의 접종에 반대한 조부모를 지칭, “그들을 다시 보게 될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다른 이혼 부부들도 비슷한 사정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승소가 이들에게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소송의 판례가 다른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 송사에서 절대 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 부인 측을 대리한 로펌은 항소할 뜻을 밝히면서 사건의 공개 및 보도를 원치 않았다고 CBC는 전했다.

판결에서 마이클 메고 판사는 전 부인 측이 “팬데믹의 심각성에 의심을 표시하는 등 코로나19에 관한 보건상 문제를 제기하면서 화이자 백신이 실험적이고 위험하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이 소송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관련해 팬데믹 발생 여부에 대한 것이 아니다”고 규정했다.

이어 “화이자 백신은 성인과 어린이를 포함해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이다”고 밝혔다.

메고 판사는 딸이 백신 접종을 원치 않는다고 어머니가 주장한다며 “그러나 딸이 얼마나 많이 그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아가 코로나19에 대한 우려, 그리고 백신 접종에 대한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전 남편은 지난주 딸의 백신 접종을 위해 주치의에 문의한 결과 부인의 항소로 현재로서는 맞힐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2일에는 12살 아들의 백신 접종을 놓고 부모가 벌인 소송에서 몬트리올 고등법원이 접종을 허용토록 어머니 쪽에 승소 판결을 했다.

jaey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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