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수레

황금수레

김명인

세상 끝까지 떠돌고 싶었던 날들이 있었다

마침내 침상조차 등에 겨워졌을 때

못 가본 길들이 남은 한이 되었다

넘고 넘겨온 고비들이 열사(熱砂)였으므로

젊은 날의 소망이란 끝끝내 무거운

모래주머닐 매단 풍선이었을까,

오랫동안 부풀려 온 바람이라면

허공에도 질긴 뿌리가 벋는다는 것,

가본 세상이거나 못 가본 어느 입구에서

머뭇거리며 내다 버린 그리움들 쌓여갔지만

가지를 벗어난 적이 없는 저 나뭇잎들

세계의 저쪽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에 손짓한다는 것을

그는, 수척한 침상 너머로 비로소 바라본다

창밖에는 다음 세상으로 흘러가려고

황금수레들이 오래오래 환한 여정을 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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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김명인 시인의 시를 읽는다. 읽어 내려가다가 문득, 이 분이 몸 져 누운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 젊은 날이 모래주머니 매단 풍선이 되고 침상 너머로 바라보는 세상은 스스로처럼 수척하단다. 다음 세상을 준비하는 마음이 황금수레에 얹히려는가, 그 여정은 정말 환한가… 김명인 시인은 중앙일보에 ‘출항제’ 로 등단했고 ‘꽃차례’ 등 많은 시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