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있을 때
스스로 오래 들여다보지 마세요
너무 자주 비춰보지도 마세요
그대 몸에서 서러운 비늘이 솟고
손발에 물갈퀴가 생기면 어떡하나요
곁에 아무도 없다고 해서
배밀이로 간다고 하지 마세요
세상이 기우뚱 돌아서서
모든 길을 닫아버리면 어찌하나요
겨드랑이 중간쯤에 틈이 없어 그렇다고 하거든
갈비뼈 몇 개쯤 빼버리고 가세요
그대를 만날 수 있는 언저리에
철없이 씨앗이 날려 숲이 생기고
오래 전에 본듯한 파충류 두어 마리가
파르르 꼬리를 흔들고 있다는
목소리 실린 소식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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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처가 깊어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문 닫고 살다 보면 상처가 아무는 날도 있겠지. 하지만 곁에서 안타깝게 기다리는 사람들도 마음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세상을 용서하자. 그대의 뜰에 생명이 자랄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