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를 먹으며
오세영
사료와 음식의 차이는
무엇일까.
먹이는 것과 먹는 것 혹은
만들어져 있는 것과 자신이 만드는 것.
사람은
제 입맛에 맞춰 음식을 만들어 먹지만
가축은
싫든 좋든 이미 배합된 재료의 음식만을
먹어야 한다.
김치와 두부와 멸치와 장조림과…..
한 상 가득 차려 놓고
이것 저것 골라 자신이 만들어 먹는 음식,
그러나 나는 지금
햄과 치즈와 토막난 토마토와 빵과 방부제가 일률적으로 배합된
아레리카의 사료를 먹고 있다.
재료를 넣고 뺄 수도,
젖가락을 댈 수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도 없이
맨손으로 한 입 덥썩 물어야 하는 저
음식의 독재,
자본의 길들이기.
자유는 아득한 기억의 입맛으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오래 전부터 유럽은 유전자를 조작한 식품은 수입을 금지 시키고 꼭 상품의 포장에 원재료가 유전자 조작된 식품인지를 표시하도록 하고있다. 그에 비해 북미는 워낙 농장주들의 입김이 센 탓인지 먹거리에 관한한 아주 포용력이 심하게 넓다고나 할까. 그 덕분인지 벌과 나비는 갈수록 줄어들어서 식품의 생산량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고 광우병 소 때문에 국가간의 신경전도 만만치가 않다. 식량이 무기가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요즘들어 식료품은 기름값 오르는 것 따라서 뛰고 있는데 자본주의의 이름으로 무장한 신우익의 기세는 더불어 나누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을 비웃고 있다.
친절과 서비스의 가면을 쓴 자본의 덫에 걸려 그것이 미쳐 덫인지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은밀하게 사육당하고 있다는 것을 오세영 시인이 일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