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캐나다 수교 60주년 문학교류 프로젝트 결실…앤솔로지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한국과 캐나다의 수교 60년을 기념해 양국 문인들이 ‘다양성과 포용’을 주제로 한 8편의 작품을 써서 한 권의 책으로 펴내는 프로젝트가 결실을 봤다.

민음사가 최근 펴낸 한-캐나다 앤솔로지 ‘아직 오지 않을 미래를 기억해’가 그 성과물이다.

한국에선 김멜라, 김애란, 윤고은, 정보라 작가가, 캐나다에서는 리사 버드윌슨, 얀 마텔, 조던 스콧, 킴 투이 작가가 참여해 서로 다른 지역·언어·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8인의 작가들이 경계·고립·차별·다양성 등 삶의 다양한 실존적 조건들을 문학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을 담았다.

외국인 노동자, 이민자, 난민, 원주민 혼혈아 등 지정학적 조건에서 발생하는 정체성의 혼란과 적응의 문제에서부터 최첨단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양국 작가들의 다양한 문제의식과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서로 얼마나 다른가 하는 발견을 할 수 있어 반갑고 안도했습니다. 저는 문학을 보통명사를 고유명사로 바꾸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것을 실감할 수 있는 과정이었어요.”(소설가 김애란)

단편 ‘빗방울처럼’을 쓴 김애란 작가는 10일 앤솔로지 출간을 기념해 서울 중구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양국 작가들이 하나의 주제로 모여 소설을 써내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을 이렇게 요약했다.

‘빗방울처럼’의 화자는 전세 사기로 낡은 집 한 채를 빼고 모든 재산을 잃는다. 남편도 얼마 전에 잃었다. 절망에 빠진 나는 집 천장에 물에 찬다는 것을 알고 도배사를 부르는데 구릿빛 피부의 이민자 여성이 집을 찾아온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라는 도배사의 한마디에 ‘나’는 느닷없이 마음이 흔들리고 만다.

킴 투이의 단편 ‘판사님’은 베트남 보트 피플로서의 경험과 캐나다 이민자로서의 삶을 통해 정체성의 혼란과 낯선 서구사회에서 소수자로서 적응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킴 투이는 1968년 베트남에서 태어나 열 살 때 가족과 함께 보트 피플로 베트남을 떠나 말레이시아에서 난민 신분으로 지내다 1979년 캐나다에 정착했다. 프랑스어권인 퀘벡주의 최대 도시인 몬트리올에서 통역사와 변호사로 일하다 베트남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소설 쓰기를 시작한 그는 ‘루’, ‘만’, ‘앰’ 등의 작품을 펴내 캐나다 총독문학상과 프랑스 에르테엘 리르 대상 등의 문학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투이 작가는 자국의 다양성과 포용성에 관한 질문에 “캐나다에 45년을 살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내 외모가 아시안이라는 것을 잊고 산다”면서 “인종차별도 있고, 완벽한 사회는 아니지만 캐나다는 열려 있는 나라다. 이 나라에 많은 희망이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앤솔로지에 수록된 첫 단편 ‘젖은 눈과 무적의 배꼽’을 쓴 김멜라 작가는 “포용과 다양성이 문학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책이 나오고 매우 다양한 작품 세계에 놀랐다. 앞으로 가야 할 문학의 길이 크고 다채롭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고 밝혔다.

앤솔로지에 유일하게 시를 수록한 캐나다 시인 겸 아동문학가 조던 스콧은 “대단한 작가들과 함께 협업할 수 있어 좋았고, 연대와 사랑을 잘 담아냈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은 내게 항상 특별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어로 먼저 출간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해’는 캐나다에서도 공용어인 영어와 프랑스어로 출간이 추진되고 있다.

이번 앤솔로지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과 캐나다 측 작가 중 리사 버드윌슨, 조던 스콧, 킴 투이는 22~13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리는 제20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에도 직접 참가해 한국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