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미
빈소에서 지는 해를 바라본 것 같다
며칠간 그곳을 떠나지 않은 듯하다
마지막으로
읽지 못할 긴 편지를 쓴 것도 같다
나는 당신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았다
천천히
멱목을 덮었다
지금 내 눈앞에 아무것도 없다
당신의 길고 따뜻했던 손가락을 느끼며
잡고 있다
우리의 마음은 얼마나 깨지기 쉬운 것이었으며 우리의 다짐은 얼마나 위태로웠으며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얼마나 초라했는지
푸르고 창백하고 연약한 이곳에서
당신과 나를 위해 만들어진 짧은 세계를
의심하느라
나는 아직 혼자다
장례식에 가는 것, 가까운 사람의 장례식에 가는 것 그리고 빈소를 지키고 있는 자신과 망자 사이에 남은 것은 초라하고 짧은 세계일 뿐… 만감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아직 혼자라는 것
조용미 시인은 ‘한길문학’으로 등단 했고 시집으로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나의 다른 이름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