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착한 사람들은 저렇게 꽃잎마다 살림을 차리고 살지,
호미를 걸어두고, 마당 한켠에 흙 묻은 삽자루 세워두고,
새끼를 꼬듯 여문 자식들 낳아 산에 주고,
들에 주고, 한 하늘을 이루어간다지.
저 이들을 봐, 꽃잎들의 몸을 열고 닫는 싸리문 사이로 샘물 같은 웃음과 길 끝으로 물동이를 이고 가는 모습 보이잖아,
해 지는 저녁, 방마다 알전구 달아놓고, 복(福)자 새겨진 밥그릇을 앞에 둔 가장의 모습,
얼마나 늠름하신지, 패랭이 잎잎마다 다 보인다, 다 보여.
——————————————————–
이 시에서 처럼 가족이 모여 만드는 소박한 풍경이 그림처럼 떠오르면 그것이 행복의 모습이 아닐까요. 착하고 소박하게 그러나 환한 패랭이꽃처럼 사는 모습을 이리도 곱게 그려놓은 이승희 시인은 1999년 경향신문으로 등단 했습니다. 남자 시인이고요, 여자 이승희 시인과는 구별해야겠지요. 시집으로 ‘거짓말 처럼 맨드라미가‘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