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자유당 정부가 다수의 내각 인사들의 불출마 선언으로 새로운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필로메나 타시(Filomena Tassi) 캐나다 경제개발부 남부 온타리오 담당 장관과 댄 반달(Dan Vandal) 캐나다 북부 담당 장관이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마리-끌로드 비보(Marie-Claude Bibeau) 캐나다 국세청 장관과 캐나다 스포츠 장관인 칼라 콸트로(Carla Qualtrough) 장관 역시 불출마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2015년 자유당이 집권한 이후 트뤼도 내각에 합류해 주요 직책을 맡아왔다. 반달 장관은 메티스 출신으로 트뤼도 정부의 유일한 원주민 출신 장관이며, 트뤼도 총리와 정부가 원주민과의 화해를 위한 “유례없는” 조치를 이행했다고 평가하며 총리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타시 장관은 남편의 건강 문제를 이유로 2022년 경제개발부로 이동했으며, 불출마 결정 역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한 개인적 이유라고 설명했다.
콸트로 장관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출마 의사를 밝혔으나, 이번에 불출마로 입장을 바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들 장관의 불출마가 모두 “수 주 전부터 계획된 개인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다수 장관들의 불출마 선언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자유당 정부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차례의 보궐선거에서 자유당이 패배한 가운데, 내부에서는 트뤼도 총리의 지도력을 둘러싼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현재까지 최대 30명의 자유당 의원들이 비밀리에 트뤼도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문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져 내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자유당은 내각 구성원의 잇따른 이탈로 인해 추가 개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트뤼도 총리는 자유당의 뒷자리를 맡고 있는 의원들 중에서 새로운 인물들을 내각에 임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장관들의 불출마는 앞서 데이비드 라메티 전 법무부 장관과 캐럴린 베넷 전 보건부 장관의 사임으로 이미 겪은 보궐선거 패배의 여파를 더욱 확산시킬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지도부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내각 구성원들은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트뤼도 총리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반면, 일부 자유당 의원들은 트뤼도 총리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하는 문서를 작성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자유당 의원 총회에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자유당 정부는 최근 보수당이 제출한 두 차례의 신임 투표를 가까스로 통과했으나, 블록퀘벡당은 정부가 10월 말까지 입법 요구를 충족하지 않으면 더 이상 지지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보수당은 연말까지 추가로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해 정부에 대한 압박을 지속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