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퀘벡 봄바디어 직접 겨냥…“미국서 더 이상 팔지 마라”

Bombardier X

미국과 캐나다 간 무역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퀘벡을 대표하는 항공기 제조업체 봄바디어(Bombardier)를 직접 겨냥하면서 양국의 통상분쟁이 항공우주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새로운 보복관세 시행을 준비하자 봄바디어 항공기의 미국 판매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캐나다가 미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캐나다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자유롭게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특히 봄바디어가 미국 시장에서 계속 항공기를 판매하기를 원한다면 미국 내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번 발언은 단순히 캐나다 전체를 겨냥한 무역 압박을 넘어 퀘벡의 핵심 산업 가운데 하나인 항공우주산업과 대표 기업을 직접 지목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몬트리올에 본사를 둔 봄바디어는 세계적인 비즈니스 제트기 제조업체로, 글로벌 7500(Global 7500)과 글로벌 6500(Global 6500), 챌린저 3500(Challenger 3500) 등 고급 비즈니스 항공기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은 봄바디어에 가장 중요한 시장 가운데 하나다. 미국에는 기업과 개인을 포함해 세계 최대 규모의 비즈니스 항공기 고객층이 형성돼 있어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이 제한될 경우 봄바디어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봄바디어는 퀘벡 경제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몬트리올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과 연구개발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직접 고용뿐 아니라 항공기 부품과 엔지니어링, 정비 등 수많은 협력업체와 연결돼 있다.

몬트리올은 봄바디어를 비롯해 항공기와 엔진, 시뮬레이터, 부품 제조 및 연구기관 등이 집중된 세계적인 항공우주산업 중심지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미국의 무역 압박이 실제 봄바디어 항공기의 판매나 생산에 영향을 미칠 경우 특정 기업을 넘어 퀘벡의 항공우주 공급망과 관련 일자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캐나다 정부가 미국의 대캐나다 관세에 대응해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가운데 나왔다.

캐나다는 9월 8일부터 수백 개 미국산 제품에 15%, 25%, 50%의 추가 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이 일부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한 이른바 ‘달러 대 달러(dollar-for-dollar)’ 방식의 대응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지난달 새로운 무역합의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자동차 관세와 캐나다산 부품 인정 방식, 캐나다의 제3국 무역협정 체결 권한, 언어와 문화 보호정책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는 당시 미국 측의 조건을 수용하는 것보다 ‘나쁜 합의에서 걸어나오는 것’이 캐나다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협상 중단을 선택했다.

이후 미국의 관세와 캐나다의 보복관세가 잇따라 시행되면서 양국의 무역갈등은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에서 소비재와 항공우주산업으로 점차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봄바디어에 미국 내 생산을 요구한 것도 미국 시장에 제품을 판매하려는 해외기업에 현지 생산을 압박해 미국 내 제조업과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기존 통상정책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캐나다 입장에서는 기업들이 미국 시장 접근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할 경우 국내 제조업과 고용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항공우주산업은 퀘벡이 오랜 기간 정부 지원과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육성해 온 전략산업인 만큼 봄바디어를 둘러싼 미국의 압박은 퀘벡 정치권에도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번 사안은 10월 5일 퀘벡주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의 관세로 퀘벡의 알루미늄과 철강, 임업, 제조업 등이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대표적인 퀘벡 기업인 봄바디어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표적이 되면서 미국과의 무역갈등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총선의 주요 경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크리스틴 프레셰트(Christine Fréchette) 퀘벡 총리가 이끄는 주정부도 미국의 관세에 대응해 공공조달 과정에서 퀘벡과 캐나다 기업을 우대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일부 공공계약의 입찰 자격을 퀘벡 또는 캐나다에 실질적인 사업장을 가진 기업으로 제한하고, 지역에서 창출되는 경제적 가치에 따라 입찰 평가에서 최대 15%의 우대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추가 보복보다는 정부의 구매력을 활용해 퀘벡 기업의 국내 매출과 일자리를 보호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제가 오랜 기간 긴밀한 공급망으로 연결돼 있는 만큼 항공우주산업에 대한 무역장벽이 실제로 확대될 경우 양국 기업 모두에 비용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봄바디어가 미국 내 공급업체로부터 부품과 장비를 구매하고 있는 만큼 미국 시장에서 캐나다 항공기를 제한하는 조치가 미국 내 관련 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 봄바디어 항공기에 대한 구체적인 수입 제한이나 판매금지 조치로 어느 정도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이 퀘벡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을 직접 지목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캐나다와 미국의 무역갈등이 앞으로 어떤 산업으로 확대될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관세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봄바디어와 퀘벡 항공우주산업이 받을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