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버머리* 에서의 시제詩制
김유경
1.
잠깐 비바람이 스쳐 갔다
꽃병섬**으로 들어가는 배는
초록의 이끼 속에 시간을 품은 바위처럼
호수 위에서 잠시 사라진다
2.
만이천 년 전의 바다는 호수가 되어있고
산호들은 제 시간을 깨고 나와
그 호수 위에 바위섬을 이루었다고
남겨진 소금은 그래서
호숫가 어딘가에 염전을 지어냈다고
시간은 공간 이동하면서 경계를 잃어버렸다
그 광활한 한 폭을 문장으로 이해하려고 나는
섬의 외길을 따라 걷는다
3.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내 무딘 감각이 느낌도 없이 슬퍼진다
뭍에서의 시간을 바다로 이해하려던 내 의도는
번번이 가라앉았다 다시 떠오른다
4.
천 년이 되었다는 키 작은 백향목이
절벽 틈에서 새잎을 품어내는 시제와
흙 속에 묻힌 푸른 물결의 시제는
경계 위에 나란히 앉아 있다
그러므로 이 숲의 외길이 어딘가에서
아련한 물풀에 또다시 뒤덮인다 해도
저 소금빛 같은 등대의 불빛은
끝없이 반짝일 것이다.
5.
내 시제는 내 문장 안에서 그렇게 살아남는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조지안 베이와 휴론 호수를 가르는 Bruce Peninsula의 끝자락에 위치한 도시
**토버머리에서 훼리로 20분 정도 떨어진 조지안 베이에 있는 섬. 두개의 돌기둥의 모양이 꽃병처럼 생겼다 해서 이름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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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문장으로 건져내려고 시인은 외길을 걷는다. 시인이 가는 길이 늘 외길인 것은 적당하다 그래서인지 이 시는 발라드의 운율을 가졌다. 홀로 걷는 길이 척박하지 않은 모습으로 물속에서 숨기도하고 모습을 들어 내기도하면서 소금처럼 빛을 내는 아름다운 시 한편이 마음을 잘박잘박 헤집고 있다. 김유경 시인은 현재 토론토 ‘시6’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