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 총선 안내문 사상 처음 ‘불어로만’ 발송…영어권 사회 반발

Élections Québec X

오는 10월 5일 실시되는 퀘벡주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우편으로 발송되는 선거 안내자료가 사상 처음으로 프랑스어로만 제공되면서 영어권 사회를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퀘벡주 선거관리기관인 Élections Québec은 이번 주 총선 유권자들에게 우편으로 발송하는 선거 관련 안내자료를 프랑스어로만 제작한다고 밝혔다.

과거 퀘벡주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투표 방법과 투표 장소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프랑스어와 영어로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올해 총선부터는 우편으로 배포되는 자료에서 영어가 제외된다.

Élections Québec에 따르면 이번 변화는 2022년 채택된 퀘벡주의 프랑스어 관련 법률에 따른 것이다.

2022년 제정된 ‘퀘벡의 공식 및 공용어인 프랑스어에 관한 법률’은 프랑스어 헌장(Charter of the French Language)을 개정하면서 퀘벡 공공기관이 주민들과 소통할 때 프랑스어 사용을 우선하도록 하는 이른바 ‘국가의 모범성’ 원칙을 강화했다.

Élections Québec 역시 해당 법률의 적용을 받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이번 총선부터 우편으로 일괄 발송되는 선거자료를 프랑스어로만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영향을 받는 자료는 모두 세 종류다.

첫 번째는 투표 방법과 다양한 투표 선택지를 설명하는 주 총선 안내서이며, 두 번째는 해당 주소에 등록된 유권자 명단과 사전투표 장소 등을 알려주는 유권자 등록 통지서다.

세 번째는 각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자 명단과 선거 당일 투표 장소를 알려주는 투표 알림 카드다.

총선 안내서와 유권자 등록 통지서는 9월 14일이 포함된 주까지 퀘벡주 각 주소로 발송될 예정이다. 이어 9월 28일이 포함된 주에는 유권자가 등록된 가정으로 후보자 명단과 선거 당일 투표 장소 등이 담긴 알림 카드가 배달된다.

다만 프랑스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영어권과 다른 언어권 유권자들이 영어 정보를 완전히 이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우편으로 발송되는 프랑스어 자료에는 QR코드가 포함되며, 이를 스마트폰 등으로 스캔하면 Élections Québec 웹사이트에서 영어로 제공되는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Élections Québec 웹사이트의 주요 선거정보 역시 영어로 제공된다.

일부 유권자에게는 별도의 예외도 적용된다.

퀘벡법에 따라 영어로 교육받을 자격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주민과 원주민은 Élections Québec에 연락해 영어로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영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관에 자신이 예외 적용 대상임을 알려야 한다.

문제는 종이로 직접 제공되던 영어 안내가 사라지면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주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영어권 단체들은 이번 결정이 노인이나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의 투표 참여에 불필요한 장벽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어권 주민들을 대표하는 단체들은 Élections Québec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독립기관인 만큼 언어와 관계없이 최대한 많은 주민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결정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선거운동 중인 주요 정당 지도자들도 입장을 내놓았다.

퀘벡미래연합(CAQ)을 이끄는 크리스틴 프레셰트(Christine Fréchette) 총리는 Élections Québec과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Élections Québec은 이미 관련 자료의 인쇄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총선을 앞두고 프랑스어·영어 병기 방식으로 다시 변경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입장이다.

퀘벡자유당(PLQ)의 샤를 밀리아르(Charles Milliard) 대표는 Élections Québec이 독립기관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유권자들의 투표 접근성에 대한 우려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퀘벡당(PQ)의 폴 생피에르 플라몽동(Paul St-Pierre Plamondon) 대표는 공공기관의 제도적 이중언어 사용에는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투표와 같은 기본적인 권리와 관련해서는 영어권 주민들이 영어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표권을 사법제도와 같은 기본적인 권리의 문제로 비교하면서 영어권 주민이 필요한 정보를 영어로 얻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퀘벡솔리데르(QS)의 의회 지도자인 루바 가잘(Ruba Ghazal)은 특히 인터넷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가잘은 프랑스어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민주적 참여가 어려워져서는 안 된다며 유권자들은 민주주의에 참여하기 위해 명확한 정보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Élections Québec은 이번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퀘벡 프랑스어 담당 기관에 선거 안내자료에 대한 예외 적용이 가능한지 문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어 관련 규정을 감독하는 기관 측은 Élections Québec 역시 정부기관으로 간주돼 프랑스어 헌장의 적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현행 규정에는 특정 상황에서 영어 등 다른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존재하지만 모든 유권자를 대상으로 영어와 프랑스어 자료를 체계적으로 동시에 배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언어정책을 넘어 선거정보에 대한 접근성과 투표권 보장이라는 문제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몬트리올은 영어권 주민뿐 아니라 영어 또는 다른 언어를 주로 사용하는 이민자 비율이 높은 지역인 만큼 우편으로 배달되는 영어 선거정보가 사라지는 데 따른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인 유권자들도 이번 총선을 앞두고 우편으로 받는 선거 안내문이 프랑스어로만 작성돼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어 안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 우편물에 표시된 QR코드를 통해 Élections Québec 웹사이트의 영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영어로 교육받을 자격이 있는 주민이나 원주민에게 적용되는 영어 서비스 예외와, 일반 영어권·이민자 유권자가 웹사이트에서 영어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는 것은 서로 다른 제도이기 때문에 구분할 필요가 있다.

Élections Québec은 퀘벡주 127개 선거구에서 선거를 관리하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독립기관으로,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관리하고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오는 10월 5일 총선을 앞두고 약 640만명의 등록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할 자격을 갖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프랑스어 보호정책과 영어권 주민의 권리는 이민, 의료, 주택, 생활비, 미국과의 무역분쟁 등과 함께 주요 정치적 쟁점 가운데 하나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선거라는 민주적 기본권과 퀘벡의 프랑스어 보호정책 사이에서 어느 수준까지 영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선거운동 기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